• 최종편집 2024-03-28(목)
 
전차.png▲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전차들이 연막차장을 뚫고 기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육군]
 

군 당국, K2 ‘흑표’ 전차 2차 양산사업에서 ‘국산화’ 포기하고 독일산 변속기 사용 결정

독일도 파워팩 개발에 10년 소요...한국 국방부는 S&T중공업측에 ‘5년 이내’ 개발 요구

문제된 내구도 기준도 ‘미군 수준 이상’ 요구...‘미군 수준’ 내구도라면 S&T중공업도 통과 가능성

지난 해 10월 국감서 여당의원들 독일산 채택한 방사청 지원 사격...야당은 S&T중공업 ‘고충’ 위로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국방부가 K2 ‘흑표’ 전차 2차 양산사업에서 파워팩을 완전 국산화하는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수년 동안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해온 S&T중공업과 200여개 하청업체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이는 우리 군 당국이 국산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 단기간에 완성된 제품을 요구하는 ‘졸속 관행’을 고집함에 따라 비롯된 결과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 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자국 방산업체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결함을 보완하는 ‘장기 개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 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 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국산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로 구성되는 K2전차 양산사업을 심의·의결했다. 흑표 전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100대를 생산해 전력화될 예정이다.  

K2전차 2차 양산 사업은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미래전장 환경과 전력구조에 적합한 최신 전차를 양산하는 사업으로 추진돼왔다. 특히 K2전차 2차 양산 사업은 1차 양산과 달리 국산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팩’을 탑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S&T중공업이 개발하고 있는 국산 변속기가 국방규격에서 정한 ‘내구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사업 추진이 지연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 제107회 방추위에서 국산 변속기에 대한 내구도 재검사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으로 심의·의결했으나, 생산자인  S&T중공업이 변속기의 내구도 재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변속기의 국산화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인 S&T중공업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국산 변속기 생산계획을 눈물을 머금고 철회한 것은 군 당국의 ‘조기 생산’ 및 ‘결함없는 제품’ 요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군 당국은 S&T중공업 측에 개발 시한으로 ‘5년 이내’를 주고 내구도 기준은 ‘미군 수준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파워팩 개발에도 10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S&T중공업의 국산 변속기 내구도 기준이 ‘미군 수준’이었다면 통과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정부 여당과 군 당국은 비판적 목소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도한 S&T중공업 대표에게 "K2 전차 국산 변속기가 독일 수입품에 비해 차별화됐고 변속기 기능이 수입보다 훨씬 높다"면서 "모든 부품은 국산품이 우선이고 국산품이 없으면 해외에서 수입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나"고 질의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산품과 수입품) 똑같이 문제가 있을 경우, 국내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노력한 국산품에 우선권을 주는 게 국가 방위산업을 위해 맞는 것이지 문제가 있는 독일제를 쓰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S&T중공업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김도한 S&T중공업 대표는 "저희가 2016년 1월부터 내부시험을 실시해 왔는데 변속기 구조와 무관한 실험장비 고장이었다"며 "아직 못 미더운 부분이 있더라도 한번 더 기회를 주시면 독일제보다 우수한 변속기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오히려 S&T중공업의 부품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 독일산 변속기 사용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을 표명한 것이다.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김 대표에게 "처음에는 어떤 조건도 감내하겠다고 해놓고 통과가 안됐지 않았느냐"면서 "처음에는 받아들여놓고 안되니까 무리하다는 주장이 되냐“고 몰아 세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품의 안정성은 확보해놓고 같은 값이면 우리 제품 쓰자는 것“이라며 ”어떻게 우리 제품을 쓰기 위해서 방사청이 고장난 제품 막 쓰자고 하겠나“고 방사청을 거들었다. 여당 의원들이 독일산 변속기를 국산 엔진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흑표’ 전차 2차 양산사업을 수정하려는 방사청 입장을 지지하는 자리로 국정감사 자리가 변질된 것이다.

흑표 전차의 국산 변속기 사용이 무산됨에 따라 S&T중공업은 물론이고 200여개 하청업체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게 됐지만, 어떤 보상도 받기 어렵다는 게 최대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내 방산업체와 신뢰관계를 구축해서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비리와 부실의 주범인 것처럼 색안경을 쓰고 보는 한 한국방위산업은 심각한 발전장애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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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전차서 재연된 ‘졸속 관행’과 S&T중공업 및 200개 하청업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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