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류다도0.png▲ 중국 지린성 옌벤 조선족 자치주 훈춘시 정부가 변경무역 특구로 계획 중인 류다도 지역
 
중국 지린성 함경북도 경원군 근처 북중 접경지역인 유다도에 무역특구 설립 추진

중국당국, 지방정부 결정이라는 명분 아래 북중 무역활성화해 김정은 정권 지지기반 강화 의도

(안보팩트=임방순 전문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을 위시하여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북한이 2017년 9월 3일에 실시한 6차 핵실험에 대해 UN 안보리는 9월 11일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약 3개월 후인 지난 해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하자 12월 22일에는 더 강화된 UN 결의안 2379호를 채택하였다.

과거의 결의안은 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부품과 기기들에 한정되었지만 이번 2379호 결의안은 이를 경제 분야로 확대하고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강화된 조치이다. 우선 북한에 반입되는 원유는 현 수준인 400만 배럴로 동결하되, 휘발유나 디젤 같은 정제 유류는 400만 톤에서 50만 톤으로 제한했다. 북한 자금줄의 하나로 매년 약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고용도 금지하고 기존 노동자들은 2년 이내 복귀하도록 조치했다.

북한은 국제제재에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북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이 통치의 핵심인 간부들을 회유하는데 사용하는 사치품은 물론이고 일부 물품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AFP 평양지국에 따르면 “작년 결의안이 채택된 9월말 경 평양시내 휘발유 가격은 20% 상승하였으며,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마당에도 물품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주민들은 유류 부족으로 인한 난방 제한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군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WSJ)은 미 행정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동계 훈련이 유류 난으로 지연되었다”라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시점에 중국은 대북 제재에 틈을 보일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벤 조선족 자치주 훈춘(琿春)시 정부는 지난 12일 시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함경북도 경원군에 인접한 두만강의 류다도(柳多島)에 변민호시무역구(邊民互市貿易區) 설치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정책문서를 공개했다. 

변민호시무역구는 일종의 변경무역 특구로 국경주민들의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1인당 인민폐 8,000위안(한화 약135만원)내에서 관세를 면제해주는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지역이다. 중-북은 2015년 압록강 일대 중국지역인 단동(丹東)에 무역특구를 설치하였지만 대북제재로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류다도 변경무역 특구 사업은 계획 단계로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이 사업에 대해 중국이 향후 어떠한 입장을 택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대북제재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중국은 북한체제를 흔들 수 있는 이전의 대북제재에는 신중하면서도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유류의 경우 민간용은 허용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항상 대북제재를 완화시켰다. 이번 결의안에서도 유류 반입을 전면 금지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고, 국제사회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국제 여론을 계속 무시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2375호, 2379호 결의안에 동참하여 과거와 다르게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광물 수입을 제한하면서, 중-북 합작기업을 제재하는 등 결의안 이행에 비교적 충실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2.6 평방미터의 작은 섬인 류다도에 변경무역 특구가 설치된다면 중국이 대북제재 공조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으로 비춰져 제재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중-북 무역 활성화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약 40% 정도인데 이 가운데 중국의존도가 92.5%에 달하고 있다. 통상 어느 특정국가에 60%이상 의존하면 경제 종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은 이렇게 높은 중국의존도 때문에 ‘북한의 중국 동북 4성화’(중국 동북지역은 3개성으로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롱장(黑龍江)인데 여기에 북한이 추가되어 4개성이라는 의미임)라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공식적인 무역외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국경지역의 밀무역(일명 보따리 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북한 장마당 물품의 대부분은 이렇게 공급되며, 북한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중국산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변경무역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비공식적인 변경무역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강한 대북제재로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북한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변경무역 특구 설치의 명분으로 민간생활을 위한 지방정부의 조치라고 하겠지만, 북한의 체제 불안을 방관하지 않고 무역을 활성화해서 북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며, 이로 인해 대북제재에 일정한 구멍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한발 뒤로 물러날 것인지는 향후 중국이 북한과의 변경무역을 활성화하는지 아닌지를 주목해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행보가 대북제재 참여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하다.

임방순.png
 
인천대 외래교수 (북한학 박사)
경희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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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중국 정부의 '교묘한' 대북제재 약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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