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시진핑.png▲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8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참석해 중요강화를 하고 있다. 3중전회는 지난 달 26~28일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다
 

시진핑, 4일 개막한 전인대서 국가주석 연임제한 규정 명시한 헌법 조항 삭제

덩샤오핑이 ‘문화혁명’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낸 중국공산당내 ‘평화적 정권 교체’ 전통 붕괴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의 태생적 결함을 보완하는 유일한 ‘민주주의적 장치’의 소멸 

‘종신 주석’된 시진핑의 첫 행보, 올해 국방비를 사상 최대인 8.1% 증액해 ‘군사패권’ 추구

리커창 총리, “국방비 증액 통해 전쟁 대비 사업 전면 추진할 것” 공언

미국 항모 칼빈슨호, 중국과 영유권 분쟁 국가인 베트남에 역대 급 병력 싣고 43년만에 입항 

(안보팩트=전승혁 기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철권’을 쥐고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헌법개정을 통해 시진핑 1인체제를 굳힘과 동시에 올해 국방비를 역대 최대 규모로 증액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두려운 중국’의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 군사패권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동남아의 강대국 베트남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뿐만 아니라 ‘중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시 주석은 4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집권 2기의 본격 개막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영구 집권’의 길을 터놓은 개헌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행 중국헌법은 국가 주석직과 관련해 “연속 재임은 두 차례를 넘을 수 없다(連續任職不得超過兩屆)” 조항에 의해 주석 연임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79조의 세 번째 문장 말미에 나오는 조항이다.

이 조항에 의해 5년 임기의 주석을 1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고 해도 총 10년 동안만 집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내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유지되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번 전인대에서 이 조항을 폐지할 방침이다. 그럴 경우 시 주석은 영구집권의 헌법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 ‘종신 주석’이 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종신집권자로 군림했던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이 만년에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 역사를 후퇴시킨 잘못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 세력 내부의 합의를 도출해 1982년에 헌법에 삽입했다.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라는 태생적 결함을 보완하는 유일한 ‘민주주의적 장치’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시 주석이 36년 만에 중국 정치의 유일한 희망을 제거해버리는 셈이다. 이 같은 헌법개정안은 이미 중국 공산당이 결의했고, 공산당의 결정을 일종의 ‘거수기’인 전인대가 거부한 적은 없다.   

4일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겸 비서장이 개헌안 초안을 설명하자, 2970명의 인민대표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시 주석의 철권통치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왕 부위원장은 “기층(基層)에서의 의견수렴과 토론과정에서 당 간부 및 대중이 일치된 목소리로 관련 규정의 개정을 호소했다”면서 “(현행 헌법에)당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책에는 임기제한 규정이 없다”고 시 주석의 개헌안을 합리화했다.

전인대는 5일 회의에서 8.1% 증액된 올해 국방예산을 보고 받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로 제시됐다. 지난해에는 비공개됐던 국방예사이 공개된 것은 시진핑 ‘종신주석’이 중국의 ‘군사 굴기’를 구체화함으로써 강군몽(强軍夢) 실현 의지를 공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 대비 8.1% 증액돼 총 1조1100억위안(약 189조원)이 된다”면서 “중국 특색 강군의 길로 나아가며 군대 훈련과 전쟁 대비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이 ‘전쟁에 대비한 사업’을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중국이 염두에 둔 최대 전쟁 상대국은 당연히 미국이다. 미국과 군사패권을 두고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실제로 동아시아 군사패권을 둘러싼 미중간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사상 최대 국방예산을 발표한 5일 핵추진 항모인 칼빈슨호 전단을 베트남 중부 다낭에 입항시켰다. 칼빈슨호는 이날 오전 해군, 공군 등 6,500명 병력과 전투기 72대를 싣고 다낭에 도착했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 43년만에 미국 항모가 입항한 역사적 순간이다. 미군의 해외 주둔 규모로도 최대급이다.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레티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ㆍ베트남 관계 증진과 함께 이 지역의 평화, 안정, 안보, 협력 및 개발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항모 전단의 베트남 방문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예상되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기 위한 미국과 베트남의 합작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해석이다.

베트남전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다낭의 동쪽 400㎞ 떨어진 해역에는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가 위치하고 있다. 파라셀 군도 아래쪽에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에서는 중국이 암초에 인공섬을 만들고 활주로 등 군사 시설을 건설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 필리핀 등의 인접국가와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남중국해에서 6개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베트남과 미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면서 “베트남에게 미국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마지막 국가”라고 풀이했다.

칼빈슨호는 닷새간 다낭에 머무른다. 군사패권 추구를 공식화한 중국에 대한 미국과 베트남의  ‘군사적 시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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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 철권 쥔 시진핑의 ‘군사굴기’, 동아시아 안보 ‘새 뇌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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