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28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했고, 방문기간동안 시 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부인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출처=CCTV)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트럼프를 다룰 팁을 전수했을 수도 있다”
중국 관영 CCTV, 김 위원장이 시 주석 말을 받아적은 북중 정상회담 모습 공개
북한문제 소식통, “볼턴, 폼페이오,헤일리등으로 구성된 트럼프의 ‘전시내각’ 대응법이 김정은과 시진핑의 공통된 관심사” 분석
조지 W.부시 행정부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은 볼턴은 ‘정상국가’ 지향하는 김정은에게 ‘대재앙’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적으로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시내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현지시간) “외교 경험이 부족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차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라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룰 팁을 전수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정상 외교 경험이 부재하다”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실상은 김 위원장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장관은 "시 주석으로부터 특히 예측 불가한 트럼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며 시 주석은 이미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대응법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특히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때 주의깊게 시 주석의 말을 들으며 열심히 필기를 했다”면서 “이전에 알려진 모습보다 훨씬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북미정상회담 대응 전략에 대해 조언을 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적었다는 해석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CCTV가 28일 공개한 북중 정상회담 영상에는 김 위원장의 이런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시 주석이 양국 선조들이 쌓은 친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는 동안 김 위원장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무언가를 적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재집권을 축하하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인정과 도리상 중국 지도부에 관련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SCMP는 북한에서는 북한의 장성과 고위 관료들이 김 위원장 주위를 둘러싸고 열심히 필기하는 장면을 북한 언론들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지만, 김 위원장 본인이 이런 모습을 보인 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의 외교 기술은 4~5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그가 2011년 북한에서 집권한 뒤 첫 해외국 방문이기도 하다.
그레이엄 옹웹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RSIS) 연구원은 시 주석이 권력 공고화를 통해 중국의 초대 주석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로 거듭났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경의를 표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싫든 좋든 중국에 무릎을 굽혀야 한다. 중국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존중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지지 없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매우 겸손하게 군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9일 안보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선제타격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국장을 국무장관에 내정한데 이어 대북 초강경주의자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선임했다”면서 “지난 해부터 유엔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주도해온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포함해 3인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전시(戰時) 내각’을 꾸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보다 이 같은 초강경 매파들을 참모진으로 구성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게 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더욱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에서 북핵문제 등 정치군사적 현안에 대해 논의할 때 그 초점은 남북정상회담보다 북미정상회담에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그는 “3명의 매파 중에서 특히 볼턴은 레이건 행정부와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과 군축담당 차관 등을 지내면서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해 ‘불량국가’라는 낙인을 앞장서서 찍어왔다”면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볼턴이 백악관의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실무자가 된 것은 재앙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북핵폐기를 자산으로 삼아 ‘정상국가’로 발돋움하면서 체제보장 및 경제발전 구상을 실현하는 데 최대 장애물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은 순항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접어들었고, 관건은 북미정상회담인 셈”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북핵폐기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전시내각’에 의해 북핵폐기 협상이 난기류에 휩쓸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 주석의 견해를 청취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