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중, 러보다 북한 등 불량국가 손에 있는 핵무기 위험성 강조..."북한 정권 끝장 내기가 유일한 해법"인식
볼튼-폼페이오, 미북 정상회담 실패 시 북핵 제거를 위한 군사적 옵션 공감...미본토 안전 보장 시 합의도출 가능성은 인정
폼페이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미본토의 위협 해결에만 관심 표명하고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는 도외시
(안보팩트=송승종 전문기자/대전대 교수)
‘초강경 매파’로 자타가 인정하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9일(이하 현지시각)부터 공식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이 4월 12일 상원 인준청문회(아직 인준통과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를 거침에 따라, 조만간 볼튼-폼페이오라는 외교·안보 콤비가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이들 커플은 향후 미·북 정상회담의 향배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들 커플의 등장이 가져올 전략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일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볼튼은 훗날 조지 H 부시(父) 대통령의 국무장관이 된 제임스 베이커와 인연을 맺어, 그가 백악관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시절 국무부에 입성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국무부 국제안보 및 군축담당 차관(2001~2005) 시절부터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 개념에 기초한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체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소련의 해체와 냉전 종식으로, 상호확증파괴(MAD)에 기초한 전략적 억지이론은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보았다. 이제는 북한, 이란, 시리아 같은 불량국가(rouge state)들의 핵 프로그램과 핵확산 위험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볼튼은 1972년 구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협정(ABM Treaty)의 폐기에 앞장섰고, 지금도 러시아나 중국이 보유한 수백발의 핵탄두보다 ‘악의 축’으로 불리는 소수 불량국가들 손에 있는 핵무기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확신한다.
그는 'Surrender is not an Option'이라는 제목의 자서전(2007년)에서 9.11 테러사건을 북한과 연계시키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반대하는 비판론자들은 9.11 테러를 가리키며, MD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카에다가 핵 및 화학·생물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북한이나 이란, 이라크 같은 불량국가들이 탄도미사일에 WMD를 탑재하여 발사했다면, 9.11 테러공격의 살상력과 파괴력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우리의 정보기관은 이처럼 파멸적인 테러공격이 준비되고 있는 낌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또한 그는 자서전에서 6자 회담의 거듭된 실패를 개탄하면서,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보이지 못한 운용상의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만 초점을 맞추고 화학·생물학 무기의 위험성을 도외시하는 6자 회담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6자 회담이 마치 무엇인가가 진전되는 듯한 헛된 기대만을 주는 가림막 역할을 하고, 그 가림막의 배후에서 북한은 잠시도 쉬지 않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비판한다.
결국, 6자 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액세서리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북핵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부치지 않고, 6자회담 같이 쓸모없는 다자적 포럼에 해결방안 강구를 ‘아웃소싱’한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제공한 4억 달러를 ‘뇌물(bribe)’로 규정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햇볕정책’을 가리켜, 영국 체임벌린이 독일 히틀러의 기만적 속임수에 넘어갔던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볼튼도 북한이 자신을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라고 비난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 같이 점잖은 인사도 안보보좌관에 임명된 후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한 볼튼에게 “결국 만나게 되었네요, ‘악마의 화신(a devil incarnate)님’”이라고 첫인사를 건넬 정도이다. 그 정도로 볼튼의 까칠한 이미지는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05년 주유엔 미국대사에 지명된 후, 유엔에서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유명한 연설의 한 대목을 남겼다. “이 세상에 유엔처럼 쓸모없는 조직도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앞장서면 유엔은 따라와야 한다. 우리 이익에 맞으면 앞장서지만, 우리 이익에 맞지 않으면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이 한마디로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인 유엔에서 대사 역할을 맡게 될 사람이, 유엔을 향하여 “너는 무용지물에 불과한 존재이니,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할지어다”라고 일갈한 것이다.
이런 ‘명성’들이 쌓이다보니, 볼튼은 ‘초강경 매파’라는 범주에도 넣기 어려울 정도의 독특한 인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볼튼을 총애한 조지 W 부시(子) 대통령 같은 사람은 그의 상관인 파월 국무장관이 극구 반대했음에도 그리고 상원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볼튼을 유엔 대사로 임명하기 위해 갖가지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했다. (18개월 만에 낙마하긴 했지만)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굿윈(Michael Goodwin)은 볼튼의 안보보좌관 발탁을 이렇게 지지했다. “볼튼이 매파가 된 이유는 사실상 이 세상이 온갖 위험한 행위자와 일부 사악한 행위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혜롭게도 이들에게 미국의 강점을 포기하고 굽실거리며 항복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다. 이미 러시아나 중국이나 북한은 볼튼이 대통령의 귀를 독차지 하는 것에 불만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현명한 선택을 했음이 입증되는 것이다.”
안보보좌관에 임명되고 나서도 그는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속셈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한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마치 개과천선한 것처럼 돌변한 태도를 속임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로 세인들의 관심을 엉뚱한 것으로 돌린 다음, 배후에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완벽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는 작년 9월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게 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거나, 제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그는 북한에게 핵무기를 늘리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결과만을 보게 될 것이다. 북한 정권에게 남은 유일한 외교적 해법은 그 정권을 끝장내는 것뿐이다(Only diplomatic option left is to end the regime in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공화당) 상원의원은 3월 22일 볼튼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미국의 적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볼튼이 미국의 적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임명이 과연 한국 같은 동맹국들에게도 “좋은 소식”일까?
한편, 폼페이오 CIA 국장은 다섯 시간에 걸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동시에 그는 역대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너무 성급하게 제재조치를 완화해 주는 과오를 범해 그때마다 북한이 실속만 챙기고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그릇된 패턴이 반복되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에서 에드 마키(Ed Markey, 민주당) 상원의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실시해야 한다는 존 볼튼의 견해에 동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if there is any circumstance under which he would concur with John Bolton that a ground invasion of North Korea could be necessary in order to rid the country of its nuclear weapons program.)
폼페이오는 그러한 공격이 “재앙적”이 될 것임을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답변했다. “네. 저는 미국이 외교행위를 넘어서는 대응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순간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Yes, I can imagine times when America would need to take a response that moved past diplomacy).” 요컨대,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외교적 수단이 효과를 보이지 못하면, 볼튼-폼페이오는 북한 핵무기 제거를 위한 군사옵션을 불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폼페이오 청문회에서 이상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이 의회 청문회에 나가면 거의 예외 없이 반복했던, 미 본토의 안보는 물론이고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는 NATO,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들의 안보, 이들과 체결한 안보 공약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 등등의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답변한 내용을 보면 오로지 “미국” 뿐이고, 북한 핵위협에 그대로 노출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려나 관심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국내 언론은 부주의하게도 이런 대목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실로 중대한 함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다.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과 관련하여 폼페이오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핵 폐기(CVID)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목표가 달성하기 어려운 “난해한 주문(a tall order)”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견고한 외교(sound diplomacy)”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리 가드너(Cory Gardner, 공화당) 상원의원은 CVID 방식의 비핵화가 미국의 유일한 회담 목표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는 지역 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게 전략적 억지력의 지속적인 제공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We need to ensure that we continue to provide a strategic deterrence framework for our allies in the region: the South Koreans, the Japanese and others as well)”고 하면서도, “하지만 회담의 목적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는 것이다(But the purpose of the meeting is to address the threat to the United States)”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답변은 평범한 것 같지만 심각한 함의를 담고 있다. 미국은 “미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폼페이오에게 그렇게 질문했더라면, 틀림없이 펄쩍 뛰면서 반론을 폈을 것이다. 하지만, 무심코 튀어 나온 답변에 본심이 담겨 있다면?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가시화된 볼턴-폼페이오 콤비의 등판은 과연 우리에게 “좋은 소식”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첫째, 우리는 벌써부터 남북 군사대결의 종식 같은 상징적이고 선언적 조치에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북 제재조치의 완화 내지 해제로 넘어가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변함없는 정책은 대화와 함께 최고 압박의 지속이다. 아울러, 미국의 입장은 “CVID 없는 대북 보상은 절대 불가”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 즉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방식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히 볼튼 같은 인사는 북한이 이와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면 ‘시간을 벌기 위한 속임수“로 간주할 것이다.
셋째, 하나의 가정이지만 폼페이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이 제거될 경우, 그 수준에 만족하고 미북 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최선은 아니어도 미북 간에는 윈-윈의 해법일지 모른다. 어차피 미국은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북한도 최근 들어서는 “핵”이란 글자를 떼 내고, 자신들을 “전략국가”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미 핵보유는 기정사실이니, 굳이 그 단어를 끄집어내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방식을 가리켜, 그들은 “새로운 병진노선”으로 부르고 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말 그대로 북한에 의한 “남한 전체의 핵 인질화” 사태가 벌어질 것인데, 우리는 그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볼튼-폼페이오의 등판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아마도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그 질문의 해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거나, 어느덧 북한이 드리우는 거대한 ‘핵 그림자’가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