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사령관 주한대사 임명은 '힘의 외교' 구사하나 북한 문제 다뤄본 경험 없어 약점
북한은 명백한 위협이나 정권 교체는 신중, 정상회담 성과에 회의적이며 핵보유국 인정 경계해야 주장
대중 강경정책 주장하는 주한대사 부임에 중국 측 긴장, 미 의회에서 '중국과의 전쟁가능성 대비' 역설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벌써부터 ‘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현역 해군제독이자 이미 호주대사로 지명했던 해리스(Harry Harris) 태평양사령관을 주한대사로 ‘재지명’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대사 재지명’은 4월 24일 국무장관으로 인준된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가 주도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폼페이오는 주한대사 임명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월터 샤프(Walter Sharp) 예비역 대장 등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출신들을 기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이런 인사들이 부임하면 현역 주한미군사령관이 한참 후배가 되어 ‘직책 간 균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백악관은 아직 외교 관행상의 절차적 문제로 ‘대사 재지명’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4월 25일(수) 맬컴 턴불(Malcom Turnbull) 호주 총리는 이미 “해리스가 호주에 오지 않고, 대신 한국 대사로 부임하게 될 것”이라는 요지로 발언했다. 비슷한 시각에 줄리 비숍(Julie Bishop) 호주 외무장관도 존 설리번(John Sullivan) 미 국무장관 대행으로부터 “이러한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금년 2월에 호주대사로 지명된 해리스는 4월 24일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외교위는 23일 밤 백악관으로부터 갑자기 청문회 취소를 요청받고 청문회를 무기한 연기시킨 상태이다.
미 해군준위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1955년) 해리스 사령관은 해군사관학교를 1978년 졸업한 뒤, 해군 조종사로 복무했다. 2011년 미 합참의장 보좌관, 2013년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거쳐, 2015년에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에 취임했다.
그는 사막의 방패작전과 사막의 폭풍작전, 아프간 침공, 이라크 침공 등 8개의 전쟁과 작전에 참여했으며,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영국) 국제정치학 석사, 조지타운대 안보학 석사 등 세계 일류대학에서 석사학위만 3개를 갖고 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해리스가 부임하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볼턴(국가안보보좌관)-폼페이오(국무부 장관)-해리스(주한대사)로 이어지는 트리오의 손에서 좌우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북 강경론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해리스의 주한대사 임명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16개월간 공백상태이던 대사 직위를 채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북 관계에서 ‘힘의 외교’를 구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B-52 전폭기를 즉각 발진시키면서 스테니스 항모단을 서태평양 지역으로 출동시키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인공섬 주변의 공역에 해군 전함을 진입시켜 ‘통항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FONOP)’을 주도하는 등 한반도 주변과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군사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인물이다.
2017년 5월 1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의 ‘사사카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이 주관한 컨퍼런스에 참석(5월 17일)한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을 가리켜 “명백하고 위험한 위협(a clear and dangerous threat)”으로 부르며, “북한의 위험한 행위는 단지 한반도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일본에 대한 위협이고, 중국에 대한 위협이며, 러시아에 대한 위협―다시 말하지만 이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이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며, 전세계에 대한 위협(The dangerous behavior by North Korea is not just a threat to the Korean Peninsula, it’s a threat to Japan, it’s a threat to China, it’s a threat to Russia — let me say that again… it’s a threat to Russia — it’s a threat to the United States, it’s a threat to the entire world).”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북 강경론자이지만 북한의 정권 교체에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포기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나는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중국, 러시아, 그리고 국제안보의 책임 있는 기여자로 간주하는 모든 국가들은 공적 및 사적으로 김정은의 무릎을 꿇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 정신으로 돌아오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확신한다.(I firmly believe that the United States, Japan, South Korea, Australia, China, Russia and every nation who considers itself to be a responsible contributor to international security, must publicly and privately work together to bring Kim Jong-Un to his senses, not to his knees)”
해리스 사령관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2018년 2월 중순 상원 군사위에 출석하여,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경계하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eyes wide open)”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비핵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속셈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제 우린 핵보유국이다. 우린 핵무기를 없애지 않을 것이지만, 아주 좋은 이웃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Look we have nuclear weapons, we’re not going to get rid of nuclear weapons, but we are prepared to be very good neighbour)”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노리는 것은 마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정상국가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즉, 그는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시나리오를 경계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미 상원 군사위에서 만일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나타난다면, 김정은은 “승리의 댄스(victory dance)”를 추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의 주한대사 임명으로 북한 못지않게 긴장하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해리스 사령관은 “눈엣 가시”같은 존재였다. 해리스는 2015년 태평양 사령관에 임명된 후, 백악관과 펜타곤 내에서 대중(對中) 강경정책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일대의 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무인도에 암석과 암초를 마구잡이로 매립하여 비행장, 레이더 기지, 대공 포대 같은 군사시설을 속속 건설하는 중국의 국제법 위반행위를 “모래 만리장성(Great Wall of Sand)”이라는 유명한 신조어에 비유했다. 인공섬 일대 주변의 군사화를 통해 서태평양 일대에 대한 미 해군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야심이 “모래 만리장성”의 건설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호주대사로 지명된 이후인 금년 2월 15일 미 상원 정보위 증언을 통해, 해리스 사령관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남중국해 지배에 대한 중국의 “명약관화한(crystal clear)” 의도를 무시하는 것은 미국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중국의 지역적 행태로 판단하건대, 내가 보기에 중국은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Judging by China’s regional behaviour I am concerned that China will now work to undermine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not just in the Indo-Pacific but on a global scale)”고 평가했다. 즉,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여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수정주의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미국이 미래의 전장에서 인민해방군과 투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중국은 “군사력 현대화, 영향력 확대 작전 및 약탈적 경제전략을 동원하여 인접국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도-태평양 질서의 재구축에 합류하도록 강요할 것(military modernization, influence operations and predatory economics to coerce neighbouring countries to reorder the Indo-Pacific to their advantage)”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는 현역 장성으로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되는 최초의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이를 데 없이 복잡다단한 북한문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가 부임하면 평소의 지론대로 한·미·일 3국간의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긴밀해 지는 북·중·러 관계는 한·미·일 3국 협력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주변국들 간의 머리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