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부속합의서에 따라 2004년 6월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전망대에서 장병들이 대북선전용 대형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모습.(사진=국방일보 자료)
북한, 한미 전문가·언론인 초청하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 예정
김정은 체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비군사적·비물리적 대북 비대칭 전력인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보다 앞서는 대북확성기 철거는 '성급한 조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안보전문기자/발행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중 핵실험장을 폐쇄하겠으며 이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사전 조율 과정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전격적인 조치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첫 번째 단계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곳이다. 북한 핵 무력 개발의 상징적 장소로 볼 수 있다. 북한은 1차 핵실험(2006)을 1번 갱도에서 진행했다. 1번 갱도는 핵실험 이후 무너져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차(2009~2017)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6차 핵실험 이후 2번 갱도 주변에서 10여 차례 지진이 발생하는 등 붕괴 조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1·2번 갱도 외에 3·4번 갱도도 있다. 김 위원장이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들 갱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풍계리 3번 갱도는 완성 단계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4번 갱도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굴착 공사를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로 해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는 하지만,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핵시설 내부 구조 등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폐기가 진행될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군사적 긴장 완화의 일환으로 이날부터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멈추고 DMZ(비무장지대)내 GP철수 등 그 수단을 없애기로 합의하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국방부에서는 1일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의 첫 단계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40여대에 대한 순차적 철거에 나섰다. 최전방 GOP부대는 이날 오전부터 북측을 주시하고 있는데 화답 차원에서 전방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달 23일 0시부터 MDL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고 이후 북측도 점차 방송을 줄이다가 모두 중단하며 호응한 바 있다.
대북 확성기를 관할하는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2시에 대북 확성기를 처음 철거하면서 철거 현장을 언론에 공개헸다. 합참 관계자는 "오늘은 우선적으로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한 곳만 철거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전체를 철거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1963년 5월1일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처음 실시했다. 2004년 6·4 합의로 한 때 확성기 제거에 남북이 합의했으나 2015년 8월10일 재개됐다.
대북 확성기 설치/방송 및 중단 사례 일지
일 시 |
설 치 / 방 송 |
방 송 중 단 |
1963. 5. 1 |
-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 최초 설치 |
- |
1972.11.11 |
- |
* ‘7.4공동성명’에 따라 방송중단
-상호 중상 비방과 무력도발 금지 |
1980. 9. 8 |
- 北 확성기 방송(9.4)에 따라 방송재개 |
- |
2000. 6.15 |
- |
*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방송중단 |
2004. 6. 4 |
- |
-‘6.4합의’에 따라 확성기 철거 |
2015. 8.10 |
- 北 DMZ지뢰도발 대응으로 방송재개 |
- |
8.25 |
(8.15, 北 인민군 전선사령부 : 방송재개는 전쟁도발 행위로 중단 않으면 무차별 타격) |
* 8.25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결과 방송중단 |
2016. 1. 8 |
-北 4차 핵실험(1.6) 대응으로 방송재개 |
- |
2018.4.23/5.1 |
- |
* 남북 정상회담고려 대북 확성기방송중단 / 확성기 철거 |
김정은 체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비군사적·비물리적 대북 비대칭 전력인 대북심리전
대북심리전 중 확성기방송과 삐라는 김정은 체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비군사적·비물리적 대북 비대칭 전력이다. 그래서 김정일 시대에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면전심리전의 검은 내막’(삐라와 라면 등 물품에는 세균과 방사선 처리가 돼 있어 쳐다보면 눈이 멀고, 먹으면 장이 꼬여 죽는다는 내용)이라는 영상물을 만들어 북한 주민과 군에 특별교육을 했다고 탈북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자 급기야 2000년 제 1차 남북 정상회담 전제조건으로 대북 심리전 중단을 요구했고, 김대중 정부가 이를 들어줌으로써 남북 정상회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15선언의 상호비방중지의 실천이란 미명하에 방송이 중단 되었고 2004년 6월 4일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군이 반대한 것을 청와대 지시로 방송장비를 철거하였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과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의 대응 조치로 2015년 8월 10일부 재개한 대북 심리전에 대해 김정은은 2015년 8월 “상대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심리전 방송과 삐라 살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을 제안하여 접촉 결과, 잠시 대북방송이 중단 됐다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2016년 `1월 8일 다시 재개 하였다.
이러한 김정일·김정은의 민감한 반응은 대북 심리전이 북한체제 유지에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과거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비핵화를 선언하면 북한도 상응한 대가로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김칫국 먼저 마시는 모험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남북한 화해 무드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대북 심리전도 수차례 중단했지만, 북한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핵 무장화, 대남도발 강화 등 오히려 반대였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수준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GP 철수 검토는 원상 복귀돼야 한다.
과거 독일 통일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아데나워 재단의 한 관계자가 말한 것 같이 "Give and Take"를 철저히 준수한다면 손해 볼 것도 없다. 단지 너무 앞서 나아가 금번의 대북 확성기 조기철거 등과 같이 일방적으로 서두르지 말고 상호간에 단계별로 한가지씩 주고 받는 식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는 비핵화가 완벽히 성사되는 등의 진정한 남북의 노력과 신뢰 구축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 (현)안보팩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