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단장과 학군 동기로 폐자재 운반 유통업을 하고 있어서 양로원이 전주로 이전하기 위한 차량을 지원해준 재향군인회 변상환 회장과 경찰서장 [사진=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어느날 성심양로원 최상달 원장수녀님과 청주교구 신부님이 필자를 찾아왔다.
청주교구의 사정상 양로원을 전주로 이전하게 됐다며 노인 어르신들을 옮겨야 하는데 이동 수단이 없어 부대 차를 이용할 수 없냐는 민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필자의 마음은 적극 지원하고 싶었으나 부대가 운용하는 트럭과 5/4톤 통신차는 노후되어 안전에도 걱정이 됐다. 게다가 부대 차량을 위수 지역 밖인 전주까지 운용하는 것은 상급부대 지침상 어렵다고 이해를 시켰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던 주변 업체들에게 지원을 협조해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신부님과 수녀님이 안타까워하며 자리를 일어서는 순간 불연 듯 떠올르는 지역 유지 한 명이 생각났다. 그들을 잠깐 대기시키며 전화기를 들었다.
지역 재향군인회 변상환 회장(학군7기)이었다. 그는 양로원 사정 이야기를 듣자마자 즉각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변 회장은 당시 사단장과 학군 동기로 폐자재 운반 유통업을 하고 있어서 차량 지원이 가능했다.
필자가 청원대대장으로 취임하여 지역 기관장 회의에 참석하면 군수 옆 상석으로 통상 배치했는데, 기관장들은 대부분 필자보다 연장자였다.
그래서 상석에 있는 필자의 명패를 슬그머니 재향군인회장 옆 자리 말석으로 옮겨놓았다. 현역은 예비역 군선배 자리 다음이라며 양보한 것 덕분에 기관장들의 신뢰와 사랑을 더 받을 수 있었고, 변상환 재향군인회장과는 더욱 각별해지는 계기가 되었었다.
몇 개월 뒤에 최 수녀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주로 이전해 자리를 잡았는데 한번 들려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필자는 외박 기간에 가족과 함께 경로수녀회가 운용하는 전주의 양로원으로 향했다.
이전한 양로원은 천국이었다. 현대화된 식당, 오락방 등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정돈이 잘되어 있었고, 어르신들의 목욕도 그냥 앉아 있으면 사방에서 물이 나와 씻는 완전 자동이었다. 특히 어르신들을 모두 옮기는 것에 도움을 준 사람은 돈 많은 부자나 기업가들이 아니라, 고맙게도 가난하고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최상달 원장수녀님은 “신앙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약간 흥분하면서, “이 모든 이동은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이 개인택시, 작은 용달차, 일부 시민들의 노후된 승용차 등으로 휴무일에 자발적으로 어르신 한명씩 이동하도록 자원봉사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신께 감사드렸다.
최신식으로 현대화된 복지시설과 수녀님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는 어르신들이 행복한 미소를 띄우는 모습은 가난하고 평범한 시민들과의 민관군 콜라보가 또한번 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