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2-01(수)
 
합.png▲ 김계관(왼쪽)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대북압박 발언을 맹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해 그 진의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YTN화면 캡쳐>
 
북한, 16일 통지문 보내 남북 고위급 회담 돌연 ‘무기한 연기’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 부상, WMD 폐기 및 리비아식 해법 강조하는 볼턴 보좌관 맹비난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낮게 보는 ‘비관론’ 대두, 그 설득력은 낮아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협상 주도권’ 잡기 위한 김정은의 ‘흔들기 전략’ 분석 유력

북한 전문가, “태영호 전 공사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김정은 체제 위협하는 위험 수위 도달 판단”

인권 문제 거론, 김정은의 지도력 및 비핵화 의지 의심 발언 등이 최대 뇌관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연 ‘판 깨기’ 행보로 선회함에 따라 그 ‘진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무기 연기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 가던 모습에서 백팔십도 달라진 태도이다.

이러한 급변을 두고 우선 ‘비관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및 북한 비핵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보수 진영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정치 스타로 부상한 상황에서 원점으로 회귀할 이유는 없다. 

서울과 워싱턴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의 돌출 행보가 ‘판 깨기’보다는 ‘실리’를 챙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압력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감에 따라 역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강수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북한을 겨냥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는 북한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의 ‘판깨기’ 행보의 진의는 한미양국의 ‘김정은 체제 흔들기’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6일 안보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한미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북한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김정은 체제의 ‘존엄성’을 희롱하거나 부정하는 언행이 한미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김정은 공격과 볼턴 보좌관의 언행등은 김정은 체제를 부정하고 위협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양국의 연합군사훈련 등은 북한 입장에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남북고위급 회담 전격 연기도 실제로는 태영호 전 공사의 최근 행보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16일 새벽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의 연기를 통보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양국의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을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 도전이며, 조선정세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면서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는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양국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적대행위로 지목한 것이다.

이달 11∼25일 진행되는 ‘맥스 선더’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이다.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적대 행위가 결코 아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양해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따라서 ‘맥스 선더’는 공연한 트집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변수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김정은 비난’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중앙통신은 태영호 전 공사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감행하게 방치했다"며 맹비난했다.

중앙통신이 지목한 ‘인간쓰레기’는 바로 태영호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적 행보에 대해 ‘쇼맨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태 전공사는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CVID)를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SVID(충분한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며 “CVID를 하려면 사찰단의 무작위 접근이 허용돼야 하지만 북한은 이를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은 북한에게 체제 유지의 원천”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행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를 비용으로 치르면서 대북제재해제 및 경제지원을 얻어내려는 김정은 입장에서 ‘체제보장’은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태 전 공사과 같은 탈북 인사들로 인해 김정은 체제의 약점인 ‘인권문제’ 등이 부각될 경우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수밖에 없는 게 김정은 체제의 한계인 것이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 1부상도 16일 담화를 발표해 미국의 ‘김정은 체제 말살’ 의도를 정조준해 비난을 퍼부었다. 김계관 제 1부상은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이 핵을 포기한 후 미국과 수교했지만 결국은 붕괴했던 점을 사실상 명시하면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이 최근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리비아식 해법이 ‘선 핵포기-후 보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김 부상이 새삼스럽게 날을 세운 것은 ‘김정은 체제 유지’에 대한 보장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김 제 1부상이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전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볼턴 보좌관을 지목해 공격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볼턴의 요구는 결국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까지 거론될 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변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양국에서 김정은 체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일련의 정치사회적 흐름이 형성됨에 따라, 최악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김 제1부상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비핵화)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해 수차례 천명했다"면서 "미국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한 번도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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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 북미정상회담 ‘흔들기’의 진의는 ‘김정은 체제보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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