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정상회담사진.png▲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단독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미정상회담으로 드러난 북한 비핵화 정국 윤곽,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개최가 유력

트럼프, 김정은 체제 보장 강조하고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 일부 수용 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김정은 다루기'에 변화 주목, '구상유취'에서 '파트너'로 인정

트럼프, 북한 비핵화 성공하면 평양 트럼프 타워 건설로 관심 돌릴 수도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21일(한국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오전부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접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가졌다.

원래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임박한 싱가포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현안들을 놓고 동맹국 차원에서 협의하고 공감대를 도출하려는 큰 그림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김계관 개인담화 사건(5월 16일)이라는 돌발사태를 맞아, 원래 계획을 ‘한·미간 세부현안 협의’에서 ‘미·북 정상회담 구하기’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① 미·북 회담 개최 여부, ② 김정은 체제 보장, ③ 비핵화 방식, ④ 중국관련 사항 등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북 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직전의 모두발언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큰 주제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이라면서도, “회담이 열리면 북한에게 대단히 좋고, 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한측 인사들은 모두 내심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한측이 아니라 북한을 향한 것이다. 북한이 먼저 회담성사 여부에 시비를 걸고 나왔으니, 그 기회를 놓치면 북한만 손해 볼  것이라는 뜻이다. 즉, 그는 회담성사 여부의 공을 김정은에게 넘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무참모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비록 회담개최 여부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성공적 회담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김정은이 미국의 투자와 노하우가 북한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회담이 “99.9% 성사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쯤이면 미국은 북한이 한·미 공군훈련을 트집 잡으며 남북 회담을 중단시키는 횡포를 부린 것이 미·북 회담을 깨겠다는 것 아니라, 비핵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술책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북한 간에 밀당이 계속되겠지만, 미·북 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이미 미국의 선발대가 싱가포르에서 회담장소 선정 등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김정은 체제 보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NATO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반발한 ‘리비아 모델’을 놓고 한바탕 소란을 빚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적용하려는 것이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하면 리비아처럼 ‘초토화(decimated)’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리비아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 등을 거론하며 “이들은 미국과 어떤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초토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이 김정은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그는 그의 나라(북한)에 남아 나라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버리면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셋째, 비핵화 방식이다. 그동안 미·북간에 선호하는 비핵화 방식은 평행선을 그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머물렀다. 미국은 일괄적 비핵화를, 북한은 단계적 동시화를 각각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는 단독회담 직전, 미국이 염두에 두는 비핵화 방식이 일괄타결인지 점진적인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분명히 일괄타결이 확실히 더 낫다고 본다(It would certainly be better if it were all in one)”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작 힌트는 그 다음의 발언 속에 숨어 있다. 트럼프는 이렇게 자문자답했다. “꼭 그래야만 하는가? 나는 확답하고 싶지는 않다(Does it have to be? I don’t think I want to totally commit myself).” “일괄타결이 훨씬 더 좋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아주 짧은 기간 내에 할 수도 있다. 정확하게 그렇게(일괄타결) 하기 어려운 물리적 이유들이 있다(But all in one would be a lot better. Or at least for physical reasons, over a very short period of time. You know, you do have some physical reasons that it may not be able to do exactly that).” “그래서 그런 물리적 이유 때문에 아주 짧은 기간 내에 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질적으로 이것이 일괄타결 방식이다(So for physical reasons, over a very short period of time.  Essentially, that would be all in one).”

바꿔 말해서 트럼프는 미국식 비핵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종전까지 주장했던 ‘빅뱅’ 방식의 일괄타결에서 한 발 물러나, “물리적 이유” 때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비핵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물리적 이유”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운송 및 적재,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여부 검증 등을 말한다. 이런 것들을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이것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화 방안을 일부 반영한 ‘유연한 일괄타결 방식’으로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미국의 입장에서 물러났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중국관련 사항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보이는 행보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차이와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8년 동안 북핵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여기고 아예 손을 놓은 채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수수방관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북한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탑재 ICBM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날아올 지경이 되자 화들짝 논란 미국은 부랴부랴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으로 소란스러운 對한반도 개입정책으로 급선회하였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을 나이가 어리고 경험 없다고 무시하며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몽’을 향해 비약하려면 경제성장이 필수적이고, 경제가 발전하려면 나라 주변이 조용해야 한다. 걸핏하면 한반도에서 온갖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위기상황을 조성하자, 그 부담의 상당부분은 중국에게 돌아왔다. 그 바람에 중국은 대북압박을 가하라는 미국의 성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의명분상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북핵문제는 한·미 양국이 초래한 것이므로 중국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것이 일관된 중국의 입장이다.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국이 견지해 온 대한반도 정책의 골격이다. 핵심이 바로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통 한·미가 해야 할 일 뿐이다. 중국은 그저 꽃놀이패를 즐기자는 것이다. 그처럼 한가하던 중국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중국이 다급한 처지에 내몰리게 된 결정적 시점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날이다. 그 때부터 중국이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그 때를 계기로 중국이 한반도의 “책임 있는 당사국”이라는 표현을 구사한 것은 시진핑 정권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한 변화가 닥친 것이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관련된 3자회담/4자회담이 거론되자 중국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까딱하면 중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참극이 될 것이다. 그 때부터 서둘러 북한 끌어안기에 나섰다.

지난 3월 26일 베이징과 5월 7일에 걸쳐, 40일도 되지 않아 연거푸 시진핑-김정은의 전격적인 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중국의 다급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설적이지만 북한 비핵화가 CVID 방식으로 추진되면 최대의 패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북한 핵폐기 달성은 미국의 전략적 관심의 초점이 한반도로부터 남중국해로 옮겨감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과 남중국해에서 대격돌을 벌여야 할 판이다. 이제 막 해군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중국의 행보는 미 해군이 벌이는 강도 높은 ‘항행의 자유작전’으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분쟁도서들로 가득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 같은 것은 아예 무시하고, 암초 섬들에 콘크리트와 자갈을 퍼부어 미사일 기지, 대공포대, 항공기 활주로, 레이더 기지 등을 짓느라 부산하다.

남중국해의 군사화(militarization)가 완성되면 미 태평양 함대가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는 소위 ‘A2/AD(Anti-Access, Area-Denial: 反접근, 지역거부)’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그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한반도에 묶어 두는 것이 중국이 직면한 최대의 과업이다. 그동안 미국이 2001년 9/11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대테러 전쟁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에 중국의 군사력은 고스란히 그 내공을 남중국해 일대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대테러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 간 다음에는 북한 핵문제가 중국에게 효자노릇을 하였다.

그 ‘효자’에게는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시진핑이 베이징을 찾아 온 ‘효자’인 김정은 부부에게 △ 최고급 마오타이 11병(2억원 이상), △ 고급 비단 6필(1억원 이상), △ 대형 화병(8천만원), △ 기타, 다기세트, 장신구 등을 포함하여 4억원이 훌쩍 넘는 선물을 안긴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초고가 선물은 ‘뇌물’에 가깝다. ‘뇌물’이라 함은 어떤 직위/직함에 있는 자를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써먹기 위해 건네는 돈이나 물건이다. 시진핑은 이런 방식을 통하여 결단코 미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두고두고 김정은 카드를 써먹을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태도를 가리켜 시진핑을 만나기 전과 후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불평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을 가리켜 “포커 게임의 최고수(a master poker player)”라고 불렀다. 많은 사람들은 쓸데없이 포커 같은 노름을 연상하지만, 트럼프가 정작 말하려는 것은 시진핑이 북한과 미국이라는 카드 패를 들고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배후조종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바야흐로 시진핑-김정은 포커게임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계관 담화사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중국-북한은 트럼프의 약점을 꿰뚫고 있다.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따논 당상’으로 여긴다. 그는 매우 혐오하는 오바마를 비롯한 어느 전임자도 감히 꿈꾸지 못한 미·북 정상회담을 “역사상 최초”로 성사시킨 “위대한 인물”이 자신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 “위대한 인물”이 자신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미·북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갖고, 또 북한과 비핵화 비슷한 것에 합의하면, “승리” 또는 “대성공”을 주장한 다음, “내 노벨상은 어디 있지?”라고 물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재빨리 그 문제에 흥미를 잃고 다른 일(어쩌면 평양에 세울 트럼프 타워 같은 것)에 관심을 돌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북 정상회담의 기대치를 한껏 낮춰야 할 것이다.

송승종_200픽셀.jpg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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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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