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회.png▲ 25일 오후 미국대사관 앞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일방적 취소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진보단체 회원들이 트럼프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한, “북미정상회담 재개하려면 김정은 위원장 직접 답하라” 요구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 1부상, 25일 즉각 담화 발표해 ‘회담 재개 용의’ 강조

‘위임에 의한’ 김계관 담화는 김정은의 목소리, 트럼프 입장에서 ‘외교적 격식’에 위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내는 편지받고 회담 재개해야 미 국내정치적 비판 소지 제거

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훼방’을 무시하고 비핵화를 실천하겠다는 ‘진정성’ 담아야

김정은의 편지라는 ‘형식’과 비핵화 진정성이라는 ’내용‘이 트럼프에겐 필요

(안보팩트=전승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세계의 관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잠시 동안의 소강 국면을 거쳐 한반도가 다시 ‘전쟁 위기’상태로 회귀할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의 보수 정당과 언론은 현재의 파국이 “예상됐던 사태‘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어리석은 대북 낙관론‘을 맹비난하는 호재로 삼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과 이를 계기로 한 남북한의 경제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워싱턴과 서울의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세’의 고삐를 쥐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독배'를 손에 들게 됐다고 분석한다. 김 위원장이 독배를 들이킬지 아니면 땅바닥에 부어버릴 것인지에 따라 북핵정국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직접 응답하는 게 독배를 땅바닥에 버리는 행위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언급한대로 ‘전화’ 또는 ‘편지’를 통해 회담 재개 의사를 밝히는 것이 난국을 돌파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그처럼 중대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변한다면, 주저 없이 전화하거나 서한을 보내달라”면서 “북한은 지속적인 평화와 큰 번영과 부를 얻을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취소’를 발표했듯이,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김 위원장이 트럼프 자신에게 직접 밝히는 것이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트럼프의 서한 발표 서너 시간 후인 25일(한국시간) 오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의 담화문을 통해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문을 발표한다”면서 ‘대화 재개 용의’를 두 차례나 강조했다. 북한 식 화법으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은 내용이므로 김계관의 담화는 바로 김 위원장의 목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서한에 대해 외무성의 제 1부상에 불과한 김계관이 답신을 한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조치이다. 북한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화 재개 용의’를 확인했을 뿐이다.

‘어린 독재자’ 김정은에게 끌려다닌다는 미 국내의 비판 여론 등을 무마하면서 회담을 재개할 ‘명분’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답변만이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직접적 계기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4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 등으로 맹비난 한 사실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부통령을 겨냥해 모욕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는 게 백악관측 설명이다. 이처럼 국제적 외교 격식에서 벗어난 ‘북한식 외교 관행’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계관의 담화는 전혀 격에 맞지 않는 무례한 외교적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씨는 25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김계관 부상이 내놓은 담화가 위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김정은의 뜻이 담겼다는 얘기”라면서도 “”김정은 명의의 편지를 미국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해서 공개하면 실무협상은 다시 시작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트럼프 앞으로 보내는 편지의 ‘형식’못지 않게 ‘내용’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훼방’을 무시하고 진정으로 비핵화를 실천하고 경제적 보상을 얻겠다는 ‘확언’을 하라는 게 트럼프의 서한에 담긴 요구사항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직전 기자회견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포커페이스’라고 지칭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판깨기 행보’가 시 주석의 ‘조언’에 의한 결과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 직후, 백악관 관계자들은 “지난 주 싱가포르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전화를 무수히 걸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 실무진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하는 지난 주 이후인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체제 보장’, ‘경제적 보상’, 리비아식 모델과는 다른 ‘트럼프 모델’ 등 북한을 유혹하는 카드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무례함’이 미 국내정치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고, 동시에 김정은에게 시진핑 주석의 ‘잘못된 조언’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외교적 격식’을 갖춰서 더 이상이 시진핑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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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 김정은의 ‘트럼프 전상서(前上書)’ 발송, 북미정상회담 재개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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