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18(목)
 
트럼프 국회연설사진.pn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미국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연설하고 있다.
 

악질적이고 가혹한 독재자들에게는 유달리 약하고 부러워하는 모습 보여

협조적이고 순종적인 동맹국 지도자들에게는 매몰차고 가혹한 면모 노출

트럼프의 김정은 칭찬은 아부에 가까워, 부끄러운 수준 넘어 두려울 정도

(시큐리티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장면 #1 : 나는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경고한다...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공유하는 번영,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다. 북한은 이단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다...북한은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다.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혹사당한다...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정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북한의 영유아 중 약 30%가 영양실조 때문에 발육부진에 시달린다. 탈북자들은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 더 가까웠다. 북한을 떠나고 나서야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라고 말한다.

장면 #1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과 7개월 전인 작년 11월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잔혹한 독재자”로 규정하고,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트럼프에 까칠한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아까지 않았다.

장면 #2 : 김정은은 매우 재능 있는 사람(very talented man),” “똑똑한 친구(smart guy),” “탁월한 협상가(very good negotiator),” “훌륭한 성격(great personality)의 소유자다. 그는 강력한 지도자(strong head)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면 사람들(people)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차렷 자세를 취한다(stand up at attention). 미국 사람(주: 백악관 참모인지, 미국인 전체인지는 불확실)들도 내게 그렇게 해 주길 바란다.

장면 #2는 트럼프 대통령이 똑같은 입으로, 똑같은 사람에 대하여 장면 #1과 전혀 다르게 한 발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일견하여 장면 #1과 장면 #2는 양립 불가능한 발언들의 조합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의 실제 속내는 장면 #2에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보인 숱한 기행과 돌출적 행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독재자 선망”이다. 그는 독재자 중에서도 악질적이고 가혹한 독재자들에게 유달리 약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히 ‘독재자 콤플렉스’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독재자들에게 뜬금없는 칭찬 세례를 퍼부어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아마 칭찬받을 행동을 하지 않은 당사자들조차 당혹스럽고 쑥스러울 것이다.

반면, 협조적이고 순종적인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그는 매몰차고 가혹하다. 엊그제 G-7 정상회담이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도 불발되는 참사를 겪은 직후, 트뤼도 총리가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보복에 반대하며 트럼프를 비난하자, 트럼프는 그를 가리켜 “매우 부정직하고 나약(very dishonest and weak)하다”며  공격했다. 트럼프 측근인 나바로(Peter Navarro)는 한 술 더 떠서, 트뤼도에게 “지옥에 특별한 자리(a special place in hell)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7 정상회담 기간에도 미국의 과도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일본의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는 “멕시코 난민 2천 5백만 명을 일본으로 보내면 어떻게 될지 알아? 당신은 (총리로서) 끝장이야”라고 폭언하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에게는 “에마뉘엘, 당신도 알아야 하는데, 파리가 테러범들의 소굴이야”라는 황당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독재자 선망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그의 세계관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듯하다. 일례로 그는 1990년대 초 고르바초프를 가리켜 ‘나약한 지도자’로 부르며 경멸의 감정과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유는 그가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처럼 탱크와 총으로 민중봉기를 깔아뭉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위 진압을 위해 동족의 대대적 학살을 주도한 덩샤오핑은 당연히 트럼프가 존경해 마지않는 중국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매달 1천명 이상을 재판 절차도 없이 즉결 처형하며 인권탄압 논란에 휩싸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 등 국제기구로부터 “초법률적 사법 살인”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를 가리켜 “마약 문제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근 영국에 피신한 러시아 스파이의 암살을 지시한 혐의를 비롯하여 여러 정적들에게 저질러진 살해와 암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는 푸틴도 트럼프의 절친 중 한 사람이다. 영국은 자국에 피신한 러시아 스파이를 화학무기로 살해한 푸틴의 만행에 분노하여, 푸틴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푸틴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리는 모습이다. 푸틴이 지난 3월말 4번째로 당선되자, “절대로 그에게 축하하지 말라”는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축하 전화를 했다. 그는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통화했다”며 만족감을 보였지만,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 같은 양식 있는 정치인은 “미국 대통령이 엉터리 선거에서 승리한 독재자를 축하해서는 자유 세계에서 리더십을 보일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게 낯 뜨거운 칭찬 세례를 퍼붓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그는 ‘리춘희’라고 불리는 북한 관영매체의 앵커가 김정은에 대한 찬양과 찬사를 쏟아내는 열정적인 방송멘트에 엄청난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미국에서 ‘트럼프 방송국’으로 알려진 ‘폭스뉴스(Fox News)’도 그 정도로 자기를 칭찬해 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요약하면, 지금까지 트럼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때로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던 대상들의 공통점은 동맹국 및 우방국 지도자들이다. 그 중에도 아베 수상이 트럼프에게 무시당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아베는 트럼프의 정책에 거의 100%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인물이다. 반면, 그가 선망해 마지않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잔인하고 악랄한 독재자들이다. 그가 칭찬한 인물들의 리스트 속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는 왜 정상으로 볼 수 없을 만큼 기이한 독재자들에게 매료되어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자신도 독재자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 여배우에게 입막음 돈을 줬다고 폭로하는 미국의 주류 언론매체를 트럼프는 “적(enemy)”이라고 규정하고, 언론의 보도는 모두 “가짜뉴스(fake news)”라고 일축한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칭찬은 아부에 가까우며,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 두려울 정도다. 아부는 약자가 하는 짓이므로, 부디 트럼프가 아직은 제정신을 갖고 있는 지도자이길 소망한다.

송승종_200픽셀.jpg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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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김정은 칭찬에 드러난 트럼프의 위험천만한 ‘독재자 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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