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현역보다 모든 면에서 '손해'를 보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국방부 청사 전경.
헌법재판소 대체복무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 ‘헌법불합치’ 판정
국방부, “대체복무제 기간과 업무내용을 ‘현역 군복무’보다 높은 강도로”
국회 발의된 여당의원 개정안,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의 1.5배~2배로 주장
종교 및 개인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난 2013년 이래 2699명
(시큐리티팩트=전승혁 기자)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현역보다 근무 기간이 더 길고 업무 강도가 높은 방향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빠른 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마련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역복무보다 어려워서 양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현역을 안 하기 위한 선택은 상식적으로 없을 정도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정한 대체복무 기간과 관련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어느 정도 기간이 적정한지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도록 해서 이를 쉽게 선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첫 번째 원칙은 입영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현역 복무보다 더 어렵고, 그래서 자신이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3년가량 대체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를 목표로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공청회도 열어 병역의무 형평성을 유지하되 사회적으로 유익한 방안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잘 고려해 보겠다"면서 "현재와 같이 매년 500~600명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해도 병역자원 및 수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집총훈련은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회에는 이미 대체복무제 도입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5월 대체복무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정안은 종교적 신념 등 개인의 양심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고, 대체복무요원들은 집총(執銃)을 수반하는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공익 업무에만 투입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체복무 여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체복무사전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판단하도록 했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이 의원은 현역병의 2배로, 박 의원은 1.5배로 정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2016년 11월 비슷한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동안 이들 개정안에 대한 국회차원의 논의는 거의 없었으나 이번 헌재 판결로 인해 여야 정치권 간에도 본격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추진되는 기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게 맞는지 정책적 판단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나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699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