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0(화)
 
북미.png▲ (평양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7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틀째 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3차 방북 이후, ‘회의론’ 무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무성해지고 있다.

지난 6~7일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몸에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조차 하지 못했다.

북한이 건네줄 최소한의 선물로 예상됐던 미군유해 송환과 관련된 그럴듯한 그림도 연출하지 못했다. 폼페이오로서는 이번 방북에 미국 기자 6명을 대동한 게 마냥 계면쩍게 생겼다.

더욱이 북한은 폼페이오가 7일 평양을 떠나기가 무섭게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강도(强盜)적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폼페이오는 8일 “우리 요구가 강도 같다면 전 세계가 강도다”면서 “안보리 대북 제재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맞받아쳤다. 문자 그대로 평행선을 달리는 광경이다.

북미협상 난기류에 대한 3가지 해석은 사태의 본질 파악 못해

이 같은 북미협상의 난기류에 대한 해석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본격적인 실무협상을 앞둔 ‘힘겨루기’라는 관측이다. 이는 세칭 진보진영의 시각이다. 북한의 체제변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호의를 전제로 한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낙관론이다. 힘겨루기가 되려면 큰 틀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실 속의 북미 당국자는 입만 열면 딴소리를 하는 행태를 수개월째 되풀이하고 있다.  

둘째, 모든 원인이 북한의 태도 돌변에 있고 전형적인 협상기술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일방적으로 북한 쪽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했던 말과 전혀 다른 행동으로 일관함으로써 협상이 꼬여간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김 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이 전제돼 있다. 이 해석은 물론 ‘온건 보수’ 진영의 입장이다.

셋째, 김정은은 애당초 비핵화 의지가 없었던 ‘거짓말쟁이'라는 시각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이 시각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것 같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공산주의자 손아귀에서 놀아난 한미정상의 굴욕적 사건으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각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구태여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열 받게 해서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오로지 북한 공산당 체제가 밉다는 분노를 극대화해주는 효과만 지녔을 뿐이다.

북미 실무협상의 진통은 ‘비핵화와 보상’의 방법론에 대한 핵심 이견 때문

‘일괄타결’의 트럼프 대통령과 ‘단계적-동시적’ 방안의 김 위원장, 핵심 이견 조율 못한 듯

문 대통령, ‘단계적 해법유도하면서 비핵화 이전 대북제재 찬성하는 모순 행보로 일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서 3국 정상이 핵심 이견 조율 못했다면 ‘부하’들의 만남은 무의미

이 같은 3가지 관점이 포착하지 못한 지점에 사태의 본질이 있다. 돌이켜보면,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모호한 화법’으로 인해 ‘본질적인 이견’이 직접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이견을 논의하고 조율하지 못한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 아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화려한 정치적 수사로 포장하는 데 전력투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지 못한 이견을, 장관들이 만나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담이 불협화음만 드러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상들이 만나서 단 하나의 핵심적 이견을 명백하게 조율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결과물들이 이제 드러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조셉 윤 전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는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우리가 중대 보상을 하기 전에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할 것으로 믿지만, 북한은 양측이 함께 움직이고 모두 양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논평했다.

사실 정상회담장 테이블에 앉는 순간, 김 위원장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및 보상을,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 해법’ 즉 ‘선(先 )비핵화-후(後)보상’을 각각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양측의 입장은 모순관계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화끈한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거두절미하고 핵심 이견에 대해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대성공’이라고 떠들었다.  마치 김 위원장이 미국 측 일괄타결 해법을 내면적으로 수용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풀풀 풍겼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음이 이제 확인된 셈이다.

김 위원장도 ‘과대포장’됐던 느낌이다. 젊은 지도자이지만 노회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상대로 삼아 전혀 꿀리지 않는 태도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NO’라고 분명히 말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의 달변에 제동을 걸었다면, 적어도 트럼프가 ‘대성공’이라고 착각하는 사태는 막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임해버렸다. 그 이례적인 행동이 ‘불만’의 표시였을 개연성도 이제 배제하기 어렵다.

북미간의 모순적 이견을 풀어내는 역할을 문 대통령이 수행중이라는 관측도 무성했으나, 헛된 기대였다. 문 대통령의 스탠스 자체가 모순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계적-동시적’방안을 일부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문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언제나 북핵문제 해결 이전에는 대북경제제재를 유지한다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대북 제재 행정명령 6건의 효력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미 측의 일괄타결 방안에 대한 지지와 동일하다.

북측의 단계적 방안을 일부라도 반영하려면 대북경제제재는 단계적으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이견을 절충하는 제스처를 보여 왔지만. 실질적으로 트럼프의 입장만 지원사격 해왔을 뿐이다.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갈 주역인 3국의 정상들이 서로에게 할 말을 못하는 ‘소심한 화법’으로 인해 사태가 꼬이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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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분석] 북핵협상 난기류 원인은 김정은⋅ 트럼프⋅ 문재인의 ‘소심한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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