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전승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탄핵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위수령 및 계엄령 검토 및 세월호 유가족 사찰 문건을 작성한데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5가지 특이점을 지녀 주목된다.
①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공개 업무 지시=문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17일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지시 이후 처음으로 기무사에 대한 독립 수사단 구성을 공개 지시했다. 인도를 국빈 방중 중임에도 불구하고 1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하명했다.
이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및 민간인 사찰이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사건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촛불시위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권력이 탄생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그 방법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기무사가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다고 해도 또 다른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② 창군 이래 최초의 ‘비육군 독립수사단’ 출범=문 대통령은 독립 수사단의 구성 원칙에 대한 지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 지침에 따르면 육군을 배제하고 해군과 공군 소속 검사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군 검사들은 대부분 과거에 군 법무관 임용시험을 거쳐 법무장교로 임용됐거나, 최근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무관으로 복무하는 군인들이다.
군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비육군 출신으로 한정한 것을 보면 해·공군 검사들로 독립수사단을 꾸리라는 뜻"이라며 "세월호 민간인 사찰과 계엄령 문건 작성 등에 기무사의 육군 전·현직 장교들이 광범위하게 개입된 것으로 보고 육군을 배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무사의 위수령과 계엄검토 문건, 그리고 세월호 사건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조사해온 만큼 군 검찰단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에 해.공군 검사들이 독립수사단에 참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현재 국방부 검찰단에는 해군 소속 군검사 4명(영관 2명, 위관 2명)이 활동 중이다. 공군 소속은 대령 1명과 소령(진급예정) 1명, 대위 1명, 대위(진급예정) 2명 등 5명이다. 해군본부와 예하 부대에는 14명, 공군본부와 예하 부대에는 22명의 군검사가 있다.
③ 송영무 국방장관의 지휘권 배제=송영무 국방장관은 독립수사단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지만 일단 수사단이 출범하면 ‘지휘권’을 갖지 못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하명 사항이다.
송 장관의 지휘권을 배제시킨 것은 ‘정치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폭로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문건은 그 전에 국방부가 공개했다. 민간인 사찰 문건 폭로에는 사실상 송 장관이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등은 기무사 문건을 폭로한 주체와 그 정치적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장관이 독립수사단의 지휘권을 가질 경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그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송 장관은 10일 오후 '발표문'을 통해 "수사단장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갖도록 보장하겠다“면서 ”장관에 의한 일체의 지휘권 행사 없이 수사팀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종료 전까지는 수사단으로부터 일체의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④ 군 검찰단 배제 원칙=독립수사단장으로는 김영수(법무 20기·대령) 해군본부 법무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 다음으로는 전익수(법무 20기·대령) 공군본부 법무실장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검찰단장을 맡은 이수동 공군 대령(법무 22기)은 확률이 떨어진다. 국방부 검찰단은 국방장관의 지휘 감독 아래 움직이는 군 검찰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지시한 ‘국방장관의 지휘권 배제’ 원칙에 어긋난다.
⑤ 기무사 존폐 위기 시점에 대대적 수사=기무사가 존폐 위기에 처한 시점에 독립수사단의 본격적인 ‘적폐’ 수사가 시동이 걸린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기무사가 최소한 대폭 축소 재편될 전망이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면 폐지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4200명으로 알려진 기무사 인원이 최소 20~30% 감축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1500명만 남겨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70년전인 1948년 창립된 이래 기무사가 군 조직 전반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권력의 원천’인 군 지휘관에 대한 ‘인사 세평(世評)’ 작성을 금지하는 방안이 개혁의 핵심 방향이다. 계급이 낮은 기무사 요원이 지휘관의 개인적 성향은 물론 사생활까지 정리해 정보를 생산함에 따라 ‘하극상’에 가까운 군내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