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12(화)
 
noname012.png▲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 지시를 보도하는 MSNBC 뉴스.  (사진= MSNBC 뉴스 화면 캡처)
 
트럼프,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펜타곤 지도부에 불쑥 명령이나 중대한 정책 변경 하달

펜타곤 지도부, 대통령의 즉흥적 명령 처리와 언론매체의 질문 공세 대응이 주요 업무

군 통수권자가 사방에 집어던지는 오물들을 뒤처리하는 ‘청소부’ 신세로 전락한 펜타곤

(시큐리티팩트=송승종 전문기자)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의 충동적인 명령에 신음하는 펜타곤(Trump’s impulsive decrees weigh on Pentagon)”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멋대로 내리는 명령들이 그러잖아도 숱한 글로벌 난제들과 힘겨운 씨름을 벌이는 펜타곤에 “추가적인 불안정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아무런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이 펜타곤 지도부(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 불쑥 명령이나 중대한 정책 변경을 하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짧은 재임기간 동안 군사 퍼레이드, 동맹국과의 연합훈련, 별도의 ‘우주군’ 창설, 유럽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 심지어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계획’ 등 트럼프의 변덕스런 명령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최근의 ‘대형사건’은 헬싱키에서 열렸던 트럼프-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직후에 벌어졌다. 통역만 대동한 채 푸틴과 무려 2시간에 걸친 ‘수상한 단독회담’을 마친 후, 트럼프는 시리아 사태 해법과 난민 귀환 방안 등에 관하여 러시아와 ‘협력(join forces)’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변화는 IS 테러집단과 전투를 벌이는 미군들에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미군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따라 현장에서 러시아군과 협조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현지 사령관 조셉 보텔(Joseph Votel) 육군 대장은 “현 시점에서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사령관도 모르게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만, 부동산 장사꾼 출신인 트럼프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결정에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도 기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폴리티코」에 의하면, 펜타곤 지도부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펜타곤은 백악관 인사들이 시시콜콜한 군사적 문제에 개입하는 미세 간섭(micromanagement)에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혹시 트럼프가 꼭두새벽에 날리는 트위터에서 대형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다보니, 매티스 장관과 던포드 의장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처리하는 업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즉흥적인 명령의 뒤치다꺼리, 그리고 그에 대해 쏟아지는 언론 매체들의 질문공세에 대응하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금년 1월, 트럼프는 펜타곤을 방문한 자리에서 군부 지도자들을 앉혀놓고, 미국의 수도 중심가에서 “미국 군대의 막강함을 과시”하는 퍼레이드를 벌이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기습적인 명령’을 받은 펜타곤은 부랴부랴 금년 11월 11일의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 행사를 계기로 주말에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악관 예산국장은 소요비용이 약 3,000만 불 가량 될 것이라고 미 의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방예산에 그런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 실속도 없는 과시성 예산의 지출을 막기로 작심한 민주당 의원들은 마크 비제이(Marc Veasey, 민주) 하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PARADE 법안’을 상정했다. ‘PARADE’는 ‘Preventing the Allocation of Resources for Absurd Defense Expenditures’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따라서 ‘PARADE 법안’은 “어처구니없는 국방비 지출을 위한 자원의 할당 금지” 법인 셈이다.

지난 달 트럼프는 펜타곤에 또 한 개의 ‘뜨거운 감자’를 내던졌다. 그는 최근에야 독일에 무려 3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운을 떼고는, 실제로 주둔해야 할 인원이 몇 명이냐고 물은 것이다. “駐독일 미군 철수” 같은 대형사건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언제 트럼프 입에서 그런 명령이 떨어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펜타곤은 ‘우발계획’ 수립 차원에서라도 주독일 미군의 철수 방안을 검토해야 할 형편이다. 러시아의 위협이 날로 증가되는 시점인데, 펜타곤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참고로 독일은 트럼프가 아주 미워하는 동맹국이다. 최근 NATO 정상회담 참석 차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의 면전에서 “러시아의 배후 조종을 받고 있는 포로”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국방비는 GDP 대비 2%에 한참 못 미치면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에 100억불 이상을 쏟아 붓는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평소에도 트럼프는 미국에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여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는 독일에 “독일인들은 매우 나쁘다...끔찍하다”며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

가장 엉뚱한 에피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침공 미수 사건’일 것이다. 금년 7월 초 AP 통신 보도에 의하면, 작년 8월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제재방안에 관한 백악관 회의 도중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보내 침공하는 방안이 어떠냐?”고 참모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시 전 국무장관 틸러슨과 전 안보보좌관 맥매스터도 그 자리에 있었다. 기겁한 참모들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미국이 벌이는 군사작전이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하고 남미의 지지를 상실할 것이란 점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과거 1980년대 파나마와 그레나다 등을 상대로 미국의 군사작전이 성공한 사례를 들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칫 ‘선무당이 사람 잡는’ 사태가 벌어질 뻔 했다. 그런데도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아르헨티나, 파나마, 브라질, 콜롬비아 등 남미 4개국 정상들과 만찬 시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려 했는데, 참모들이 말려 그만두었다”고 말해 뒤끝을 남겼다.

가장 뼈아픈 사건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지시일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잔뜩 고무된 트럼프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war-game)”이라고 부르며 중단시킬 것을 공언했다. 이번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귀띔’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동맹국과의 방어적 군사훈련을 마치 적대국에 대한 공격 예행연습처럼 들리게 “워게임”이라고 깎아내린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할 것이다.

펜타곤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 연합훈련인 ‘을지연습’의 일방적 취소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는데 무려 6일이 걸렸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개최 시점과 펜타곤 및 백악관의 공식적인 훈련 중단 발표 간에 드러난 6일이라는 시차(time lag)는 트럼프 대통령이 “엎질러 놓은 물”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뒤치다꺼리하는데 걸린 최소한의 시간을 암시한다.

이런 종류의 훈련중단 또는 취소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판단하여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대안을 건의하면, 펜타곤을 거처 백악관이 최종 승인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버릇처럼 이런 절차를 거꾸로 뒤집어 놓아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 펜타곤은 군 통수권자가 사방에 집어던지는 온갖 오물들을 뒤처리해야 하는 ‘청소부’ 신세가 됐다. 한반도에 트럼프가  생각 없이 내던지는 어떤 오물이 또 날아올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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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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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명령’에 신음하는 펜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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