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4(금)
 
문대통령1.png▲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행 문서라면, 대통령 또는 장관의 지시 문서와 계엄수행 부대의 출동계획 문서 있어야

‘알자회’는 12·12 당시 하나회와 달리 친목모임 성격의 사조직, 실행 세력으로 보기 어려워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 자체 제작한 배치도에 기무사 문건에 없는 전차 명기해 오해 증폭 
 
현행 법령 근거한 임무 수행 측면 있어 “전시계엄과 사회안정 계엄 구분하는 법 정비” 필요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문건이 공개된 뒤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국회 국방위에서 진실 공방까지 벌어져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문제의 본질은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바야흐로 문제의 본질로 다가서는 시점이 되었다. 핵심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실행을 전제로 한 검토 문서인가” 여부이다. 만일 실행을 전제로 했다면 세간에서 말하는 소위 ‘친위 쿠데타’의 가능성이 정말 있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친위 쿠데타’가 가능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군을 움직일 명분인 대통령이나 장관의 지시 문서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실제로 군을 움직일 수 있는 믿을만한 세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을 확인하려면, 기무사가 검토한 문건에 나오는 계엄임무 수행 부대들에게 국방부에서 지시한 문서가 있어야 한다. 은밀하게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가 아닌 기무사 계통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 그 점도 짚어봐야 한다. 또 이런 지시를 접수한 부대들이 만일의 경우 출동하기 위한 계획 문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서가 확실히 존재한다면 실행을 전제로 검토한 문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작전에 정통한 예비역 장성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그런 명확한 문서는 없고 단순히 을지 연습용 계엄 훈련자료들 뿐이라면 단순한 내부 검토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두 번째 조건을 확인하려면, 12·12 군사쿠데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은 ‘하나회’였고 이를 뒷받침한 조직은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였다. 하나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군을 통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사조직으로 김영삼 정부시절 완전히 척결됐다.

12·12 쿠데타 당시 하나회는 대통령의 신임 하에 군의 요직을 쥐고 있었고, 출동했던 주요 부대를 지휘했거나 통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나회는 상하가 매우 단단히 결속되어 있었고, 쿠데타 성공 여부에 자신들의 인생과 목숨을 걸었기에 결과적으로 정권을 쥘 수 있었다.

그러면 이번 문건과 관련해 군내에 하나회 같은 실행 조직이 존재하는가?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하나회 척결 당시 함께 정리된 ‘알자회’란 사조직에 속한 인물로 알려졌다. 알자회는 친목 모임 성격의 사조직에 불과한 것으로 당시 밝혀졌고, 이후 해체되어 세력이 미미했다. 하나회처럼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 조직도 아니었기에 “쿠데타를 도모할 만한 결속력도 없다”는 것이 그들을 아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관련 문서도 없고 세력도 미미하다면 내란 음모로 몰아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기무사가 계엄령을 시행하는 법적 기관도 아니고, 과거 보안사 시절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기도 힘들어 친위쿠데타를 뒷받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기무사 출신 예비역 장교는 “요즘 군대 문화로는 기무사 내부에서부터 따르지 않는 분위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미 박근혜 정권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을 뻔히 보면서 그런 쿠데타 모의에 가담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역사를 거슬러 과거 노태우 대통령이 후보 시절 6·29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군내 하나회 세력 중 일부가 “더 이상의 군 동원은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한 사실이 있었다는 증언이 참고가 될 듯도 하다. 

이와는 별개로, 기무사가 장관 보고 시 참고자료로 작성했다는 67쪽 짜리 문건의 경우 “상당히 구체적으로 작성되었고, 포고문 등을 볼 때 실행 문건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대두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무사가 을지연습 때마다 합동수사본부 역할을 자처하며 계엄훈련을 했기 때문에 이미 대부분 훈련용으로 준비된 문서를 상황에 맞게 각색한 수준”이라는 반응도 있다.

다만 기무사가 이 자료를 만들면서 과거 자료를 참고하다보니 시대 상황이 변한 것을 고려했겠지만 일부 한계가 있었던 부분들은 곳곳에 드러난다. 그런 표현들로 인해 친위쿠데타 모의 내지 국민을 진압의 대상으로 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시민단체에 불과한 군 인권센터가 자체 제작한 부대 배치도에 기무사 문건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전차를 언급하고 출동대수까지 임의로 계산하여 명기함으로써 국민들의 오해와 공포심을 키우는데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 자료를 검토한 한 예비역 장성은 “2급 비밀로 된 계엄업무편람의 내용을 발췌하고 과거 사례에다 기무사의 의견을 더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꼼꼼한 업무 스타일인 조 사령관이 정말 실행을 염두에 두었다면 나중에 문제를 우려해서라도 장관 보고 후 훈련에 참고하라며 단순히 존안(보관) 지시만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과거 5·16과 12·12 등 두 차례의 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대다수 국민들은 특히 12·12 군사쿠데타를 기획한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가 작성했기에 더욱 내란 음모적 시각에서 이 문건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고,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에서도 장차 닥칠 세계대전에 대비해 육군을 강화하려고 했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1640년대에 크롬웰이 육군을 동원하여 의회를 해산하고 청교도 혁명을 일으킨 점이었다고 한다. 200년이 지난 후에도 국민들은 ‘육군’하면 쿠데타를 연상했고, “영국은 육군이 약했기에 민주주의 달성이 가능했다”고 말한 정치인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 문건을 좀 더 객관적 시각에서 본다면 치안 부재 상황에서 군이 사회 안정을 위해 나설 때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귀결된다. 문건에서 상정한 “치안 부재로 행정·사법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으면, 이 문건은 검토 자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논란에만 빠져 있을 것인가?
 
현재 문건을 만든 기무사 관계자들은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조 사령관의 지시로 현행 법령에 근거하여 계엄임무 수행을 검토한 것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다. 조 사령관의 배후에 어떤 진실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시를 받고 열심히 업무를 수행한 그들을 잘못했다고 단죄하면, 군은 내란 상황이 발생해도 뒷짐 지고 가만히 있으라고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다.

진짜 감춰진 문제는 계엄 관련 법령의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따라서 “차제에 국회 또는 정부에서 관련 법령을 면밀히 검토, 전시 계엄 상황과 평시 사회안정을 위한 계엄을 구분하여 시대 상황에 맞게 관련 조치들을 보완하고, 합동수사본부 운영에 대해서도 명확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1068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문가 분석] 기무사 문건은 내란 음모? “실행 문건이라면 실행 문서와 실행 세력 증명해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