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캡처22.PNG▲ 영화 'A Few Good Men'에서 캐피 중위가 관타나모 사령관 제셉 대령을 법정에서 신문하는 장면 캡처
 

영화 'A Few Good Men'에서 그려지는 군 법무관이 가져야 할 두 가지 모습

외압이나 눈치 보지 않고 정치적 판단도 배제한 채 오로지 사건의 진실만 규명

고위급 지휘관 법정에 세우는 일은 법조인의 장래를 망칠 수 있어 신중히 결정

(시큐리티팩트=김진형 전문기자)

요즘 한국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논란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다 상하간의 진실 공방으로 엄정해야 할 군대 기강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군·검 합동수사단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 수사단에 참여한 군 법무관들이 꼭 한번 봐 주었으면 하는 영화가 있다.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병대 기지에서 선임자의 폭행으로 병사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미군 법무관이 군사 법정에서 진실과 정의를 가리는 내용의 ‘A Few Good Men’이라는 영화이다. 'A Few Good Men'은 소수의 훌륭한 군인들, 즉 소수 정예를 외치는 미 해병대 (US Marine Corps.)의 표어다.

이 영화는 실제로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되었고, 군대의 양심, 명예, 정의 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군 법무관(변호인)들의 정의를 위한 고뇌, 진실 규명을 위한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는 매우 인상 깊은 내용의 영화로, 군 법무관(변호인)들이 분명한 법적 기준과 증거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어느 날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병사 한 명이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되고, 이어 죽은 병사와 같은 소대에서 근무하는 해병 두 명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구속, 수감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미군 내에서 법정 밖 합의(Out-of-Court Settlements)로 명성이 자자한 캐피 중위에게 변호가 맡겨진다.

그런데 변호인인 캐피 중위가 사건을 조사 하던 중 병사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한다. 부대 생활이나 훈련 능력이 형편없는 산티아고 일병을 ‘집중 관리’하고, 그로 인한 폭행을 은폐하라는 관타나모 사령관 제셉 대령의 ‘코드 레드(Code Red)’ 명령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캐피 중위는 부대장 제셉 대령을 법정으로 불러들여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는 과정에 제셉 대령이 스스로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게 만들어 법정 구속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군 법무관이 가져야 할 두 가지 모습을 매우 관심 있게 보았다.

첫째는 비록 중위 계급의 군 법무관(변호인)이지만 누구의 외압이나 눈치도 보지 않고, 어떠한 정치적인 판단도 배제한 채, 오로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캐피 중위는 어떠한 타협적 제안도 거부하고 당당하게 법률가적 양심과 정의감으로 진실을 규명하여 부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었던 부사관과 병사를 보호한다. 그리고 불법적 명령을 통해 자신의 조직 체계를 유지하려한 지휘관의 처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국가를 위해 공적이 많고 수많은 부하를 지휘하는 고위급 지휘관을 소환하여 법정에 세우는 일은 자칫 잘못하면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는 일이기에 충분히 고민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이다.

캐피 중위가 많은 공을 세운 해병대 고위급 장교(highly decorated Marine Officer)를 결정적 증거도 없이 법정에 세워 놓고 범죄 사실을 규명하지 못하면, 자신은 법조인으로서 치명적인 상처와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명예를 중시하는 군 지휘관을 법정에 세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엄청난 일인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게 될 것이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죄 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절차와 방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그들의 명예는 분명히 지켜주어야 한다. 

이 영화 속에서 'A Few Good Men'은 소수 정예의 해병대를 의미하기보다 법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추구하고 결국 진실을 규명하는 군 법무관이란 생각이 든다. 금번 합동수사팀에 속한 군 법무관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군대의 진정한 'A Few Good Men'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김진형200.png
 
경동대 초빙교수(예비역 해군소장)
前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
前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
前 駐미국 한국대사관 해군무관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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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말한다] ① '기무사 문건' 수사에 던지는 ‘A Few Good Men’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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