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합.png▲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북한의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하며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일 트위터 캡쳐.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의 승자는 ‘바람’ 아닌 ‘해님’

‘해님’으로 변신한 트럼프, ‘칭찬’만으로 김정은의 양보 받아

해님과 바람이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바람은 온 힘을 다해 강풍을 토했지만 나그네는 더욱 옷깃을 여몄다. 하지만 해님이 따사로운 햇살을 거듭 내리 쬐이자 나그네는 옷을 벗어 제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만 해도 ‘바람’이었는데 ‘해님’으로 변신해 재미를 보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의 햇살 같은 ‘말의 성찬’만으로도 조금씩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 정작 김정은이 대가를 요구하면, 트럼프는 딴청을 부리고 있다.

핵실험장 폭파하고 서해위성발사장 해체한 북한, 미군 유해 송환

미측은 북한 전역을 누비고 다닐 대규모 조사단 파견 태세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대북경제제재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등을 실천한데 이어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약속을 이행했다.

미국은 추가 유해송환을 위해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미측 조사단이 북한 전역을 누비고 다니게 해달라는 요구이다.

미국, 북한의 개성공단 재가동 요구엔 외면

북한은 지난 1일 이제 일부 제제라도 해제해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남북경협만이라도 시작하자는 요구를 공식 제기했지만, 미측은 딴청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수사학으로 김 위원장을 ‘칭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 2일 트윗에서 또 다시 김정은 ‘칭찬’하며 ‘2차 회담’ 암시?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약속을 지키고 우리의 위대한 실종 전사자들의 유해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과정을 시작해준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면서 “나는 당신이 이런 친절한 행동을 취한데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멋진 편지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지난 달 전달받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면서 “곧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을 활용한 ‘사탕발림’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북핵 시설 리스트’ 제출 압박

북핵시설 리스트 제출은 북한 군사비밀 공개 행위

현재까지 트럼프식 ‘햇볕정책’은 승승장구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는 트럼프의 트윗이 나온 날 ‘선물’을 언급하는 대신에 ‘북핵 리스트 제출’을 요구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은 아직 먼 미래이고, 게다가 종전선언을 한다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체제보장’에 대해 뜸만 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는 출발점은 핵시설 명단의 제공"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핵시설 명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북한의 핵시설은 북한 전역의 주요 군사시설에 산재해있기 때문에 핵시설 리스트는 북한의 군사정보를 고스란히 제공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람’에서 ‘해님’으로 롤 모델을 수정한 이후 한반도 외교의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태그

전체댓글 0

  • 3532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트럼프식 ‘햇볕정책’, “고맙다”며 ‘핵 리스트’ 요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