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3(금)
 
기무사 개혁1.png▲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준비단장을 맡은 신임 기무사령관 남영신 중장이 취임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6·25 전쟁 당시 ‘숙군’ 작업을 통해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 구한 조직으로 출발

군 정보수사기관인 기무사령부의 시작은 1948년 조선경비대 육군정보국 정보처 특별조사과다. 6·25 전쟁 때인 1950년 10월 육군 특무부대로서 군내 공산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숙군(肅軍)’ 작업을 통해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조직이다.

1960년 방첩부대로 바뀌면서 중앙정보부 창설을 주도했고, 이후 육군 보안사령부를 거쳐 1977년 해군 방첩대 및 공군 특별수사대와 통합되어 국군보안사령부로 탄생했다. 1979년 12·12 사태에 관여하면서 정치에 개입하여 전두환, 노태우 등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기관이기도 하다.

1991년 보안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방첩활동의 일환으로 사찰하던 민간인 목록을 들고 탈영해 양심 선언한 사건이 발생, 민간인 사찰 논란을 빚으면서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되었고 역할도 축소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기무사는 보안사 시절 민간 첩보까지 수집하며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했던 전력이 있는 조직이다. 하지만 법령이 개정되고 국방부 예하조직이 되어 군 관련 분야로 국한된 업무에 전념하면서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은 사라졌다.

기무사 출신 예비역들은 “과거 전력 때문에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조심해 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번 ‘계엄령 검토 문건’ 때문에 다시 그런 의혹을 받게 됐고, 급기야 문 대통령 지시로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되고 해체 수준의 개혁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개입, 민간사찰, 특권의식 말끔히 씻어내는 것이 기무사 개혁의 3대 화두

신임 기무사령관 남영신 중장은 취임사를 통해 “기무사의 ① 정치개입, ② 민간사찰, ③ 특권의식을 말끔히 씻어내 실추된 부대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즉 이 세 가지가 이번에 기무사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게 만든 근본 이유인 것이다.

이 가운데 정치개입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것이고, 민간사찰은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정황이 엿보이는 내부 보고서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권의식은 기무사가 자정 노력을 통해 과거보다 달라졌음에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부정적 인식이 바뀌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지난 6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면서 기무사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임 기무사령관을 단장으로 한 창설준비단은 9월 1일 창설을 목표로 발빠르게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발표된 인원 30% 감축과 60단위 부대 폐지, 감찰실장에 부장급 검사 보직 등의 조치와 함께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이 새롭게 제정된다.

폐지되는 기무사령부령과 가장 큰 차이는 제3조에 부대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에 벗어난 정치 활동 관여 및 민간인 사찰과 정보 수집 등의 행위를 금지시키는 조항을 두어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또 제5조에 사령부 소속 군인 및 군무원이 부당한 지시 혹은 요구를 받을 경우 이의 제기와 그 직무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두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직무와 관련해서는 첩보를 ‘정보’로 바꾸고 대 정부 전복을 ‘대 국가 전복’으로 용어를 바꾼 외에 별반 달라진 내용이 없다. 따라서 현재 안대로 법령이 제정되면 군사안보지원사는 보안 및 방첩 업무, 군 관련 정보 수집·작성·처리 업무,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범죄 수사 업무, 각종 보안지원 업무 등을 수행해 기무사 시절과 직무 내용에서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기무사개혁위 장영달 위원장은 새롭게 탄생하는 군사안보지원사가 보안·방첩 전문기관이 되어야 하고, 부정적 인식의 근원인 장병 동향관찰 업무와 대통령 독대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ICT 기술 발전과 업무환경 변화 고려한 새로운 직무영역 설정이 남겨진 과제

장 위원장의 말대로 군사안보지원사는 보안·방첩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분야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전문성을 구비하려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와 관련, 군 일각에서는 “그동안 기무사가 잘못된 부분에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필요한 분야에서는 전문 역량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무사의 보안업무 방식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상당하다. ICT 기술 발전과 업무환경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보안만 신경 쓰라는 식인데다, 소통 창구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의 보안 업무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보안기술에 대한 식견보다 열린 사고를 가진 합리적 인물이 주도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룬다.

또한 ‘군 관련 정보’로 표현되는 업무 범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정될 법령에 군 관련 정보는 국내·외 군사 및 방산 정보, 대전복·대테러·대간첩 정보, 방산업체 및 관련 기관·단체 정보, 군인 및 군무원 관련 불법·비리 정보 등 4가지로 크게 구분했다. 하지만, 군과 연관이 있는 민간 분야도 일부 수집 대상이 될 수 있는데다 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루게 되어 직무 범위가 너무 확대된다.

게다가 군인 및 군무원 관련 불법·비리 정보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장병 동향 관찰 업무와 연결되기 때문에 대상과 범위를 제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전복 업무도 병력·장비를 동원한 쿠데타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인보다는 사이버 해킹 공격 등 새로운 전복 가능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 위원장은 기무사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군 통수권 보필 차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일부 부서에 제한적인 보고 기능은 남겨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사안보지원사와 청와대의 업무 관계를 법령에 명시해 그것을 근거로 정보 요구와 보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정보의 성격에 따라 국방장관과 청와대 입장이 다를 때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결국 기무사의 청와대 정보 보고를 장관이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권한과 위상도 달라진다. 이에 관해 기무사 출신 예비역들은 “과거 기무사령관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임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최고 권력과의 일정한 거리두기 실현 여부가 기무사 개혁의 성패 좌우할 듯

지금까지 기무사령관은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임명됐고, 기무사 장군 인사도 청와대가 관여했다. 즉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에 관한 한 인사권이 미약하다. 따라서 기무사는 국방장관보다도 대통령 및 청와대 비서진의 주요 관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수집했고, 때로는 군 수뇌부가 보고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역대 정권의 대통령과 청와대가 실질적으로 기무사를 움직여 왔다. 정권이 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졌고, 얼마나 정권의 입맛에 맞느냐에 따라 정보기관의 부침은 결정됐다. 기무사가 특권의식을 갖고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 이면에는 바로 정치적으로 이 기관을 활용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정보기관이 직무 범위를 넘어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은 빚어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정원을 방문해 “정권에 충성을 요구하지 않을 테니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 또한 정권에 영향 받지 말고 국가에 충성하라는 의미로 정보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보다 길게 10년으로 정했다.

이제 기무사를 순수한 군의 영역으로 돌려놔야 하고, 그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그러려면 새로이 출범하는 군사안보지원사의 사령관 임명과 기무사의 장군 진급부터 청와대가 사사로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또 청와대가 필요하면 정보 보고는 받되, 그 내용은 국방장관이 알아야 한다. 국방장관이 모르는 내용이 많고 군 정보기관이 청와대와 가까워질수록 특권의식이 생기며, 국민은 세월이 지나야 그 폐해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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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팩트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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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시선] 기무사, 보안·방첩 전문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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