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4(금)
 
 
vndrPfl1.png▲ 북한은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있는 핵 실험장을 폐기했다. 사진은 풍계리 지휘소와 건설 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장면. ⓒ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박진호 전문기자)

북한 비핵화와 무관한 한반도 종전선언이 갖는 의미 주목해야

최근 미·북 간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이후 종전선언을 하자는 것이고, 북한은 평화를 위해 비핵화와 무관하게 종전선언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위협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5.24 만탑산 핵 실험장을 폐기했고,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7월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실험장 폐기 활동이 관측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좋은 반응이라고 받아들이는 정도였으나, 우리나라는 한 때 조만간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 통일이 다가올 것 같은 상황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사격 경과를 종합해 보면 북한이 고도의 전략적 의도를 갖고 개발을 추진해 왔고, 향후 그들이 택할 방향도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 분석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2016년 9월 9일 실시한 5차 핵실험은 당시 인공지진파 규모 5.1로 폭발 위력이 10KT 정도로서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사용한 원자탄 수준으로 추정했고, 2017년 9월3일 실시한 6차 핵실험은 인공지진파 규모 6.1로 폭발 위력이 140KT급 이상인 수소탄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통해 원자탄은 표준화 및 규격화를 완료하고 생산단계로 전환했으며, 6차 핵실험으로 수소탄의 기술시험을 완료했다고 대외에 공포했다. 또 2016년 3월 직경 60~70cm 가량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김정은이 직접 가리키는 모습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여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직경 90cm 정도인 SCUD급 이상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핵보유국은 핵탄두 보유량에 따라 A, B, C 그룹으로 나뉘어

전 세계의 핵보유국은 세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A그룹은 1,000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이고, B그룹은 약 200~300발 수준을 보유한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며, C그룹은 약 100발 정도를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다. 북한의 핵탄두 생산량을 추정해 볼 때, 북한의 목표는 최대 B그룹에서 최소 C그룹에 소속되는 정도일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금년 5월 24일 만탑산 핵실험 갱도를 폭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제사회에 비핵화 추진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미 생산단계로 전환된 원자탄의 경우 갱도 폐쇄는 의미가 없다. 생산 공장에서 표준화된 규격대로 생산이 가능함으로 더 이상 핵실험을 위한 갱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 실질적 위협인 원자탄은 개발이 완료된 2016년 9월 9일 이후 생산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

반면 수소탄은 기술시험까지만 완료한 상태로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의도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북한이 협상 의제로 다루려는 것은 수소탄이고 상대는 미국인 것이다. 원자탄은 이미 개발이 끝났기에 협상 의제도 아니며 한국과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미사일의 시험사격이다. 김정일 시대인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간 총 47회를 발사한데 비해, 김정은은 2011년부터 지난 2017년 11월 28일까지 불과 7년 만에 총 99회를 발사했다. 횟수가 증가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목적의 발사도 있지만, 미사일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사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사일 시험사격을 통해 밝혀진 북한의 의도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과 SCUD 성능개량을 통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개발을 성공시켜 한반도에서 핵·미사일 전쟁 역량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일본, 괌, 미 본토를 공격할 수단을 갖는 것이다.

핵탄두 개발과 미사일 시험사격 과정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현재 한미동맹의 감시정찰 자산과 방공무기체계를 회피하여 남한에 원자탄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한편으론 한반도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낮은 수소탄과 ICBM은 개발을 중단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를 풀어나갈 의제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수소탄·ICBM 능력 과시...미 본토 공격 포기로 트럼프 설득 중

북한 의도 말려들면 남한은 핵 위협에 노출...실질적 대비책 강구 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남한이 핵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도록 포괄적 표현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외교적 문구를 사용했고, 불필요한 핵 실험장 폐기나 ICBM 시험장 폐쇄 등을 통해 전략적 의도를 숨긴 정치적 조치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과 협상에 투 트랙을 갖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실전적으로 사용 가능한 핵·미사일 능력을 협상대상에서 제외시켜 수면 밑으로 감추어 두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소탄과 ICBM 능력을 대외 과시하여 정치‧외교적 협상 대상으로 가져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을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란의 상황에서 보듯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 북한과 적절한 선에서 협상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수소탄과 ICBM에 대한 합의만 성공한다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한 다음 한반도에서 핵을 보유한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 이것이 북한이 노리는 최종 목표로 보인다.

우리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를 간파하고 미국보다 절박한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명확한 위협 인식 없이 우리가 협상에 임하면 주도권을 쥘 수도 없고 북한 의도에 말려들어 비핵화는 요원해진다. 지금이라도 북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미 간 ‘핵 공유’ 같은 실질적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박진호200.png
 
이화여대 안보학 교수 (공학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방위사업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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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북한 의도는 남한 겨냥한 C그룹 핵보유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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