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군인으로서의 삶은 보람과 고난의 길입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도 직업으로서의 군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청춘들을 위해 '직업군인 사용설명서'를 작성합니다. 필자가 지난 1974년부터 썼던 17권의 일기장에 담았던 사적인 기록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달합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장으로 전역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필자의 경험을 통해 직업군인의 현실과 이상을 발견하길 기원합니다. <편집자 주>
(시큐리티팩트 = 김희철 안보전문기자)
30여명의 병사들을 책임지는 소대장으로 출발, 앞서 가족들과 '會者定離'의 이별
16주 동안의 초등군사반 교육을 마치고 초급장교로 대 장정을 출발하기 전, 각자의 집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도 가족들과 함께 가졌다. '입영열차’ 노래의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어머님께 큰 절하고~“라는 가사처럼 어머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섰다.
제 1군에 배치 받은 동기들은 청량리역으로 집결하여 진짜 노래가사 처럼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이다. 열차안에서 곧 헤어져 각자의 임지로 떠나는 동기들의 무탈과 건승을 기원하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었다. 사실, 앞서 1년전 야전에 배치된 선배중에는 최전방 DMZ(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지뢰사고로 2명이나 순직했기에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춘천역에 도착하자 야전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15사단에 배치 받은 7명의 동기들을 기다리는 것은 트럭이었다. 더블백과 가방을 챙겨 트럭에 오르며 헤어지는 동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들 약간의 긴장과 기대감으로 들뜬 모습들이었다.
1군에 배치받은 7명의 동기와 덜컹거리는 트럭 타고 비포장 도로의 흙먼지를 만끽?
트럭 뒷칸은 비록 커버는 있었지만 비포장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리다보니 흙먼지가 전투복 상의에 수북히 쌓였고 울퉁불퉁한 도로 덕택에 덜컹거리는 충격으로 엉덩이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앞으로는 이 흙먼지를 사랑하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도 커버 밑으로 보이는 청록의 산과 북한강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도로 옆 깍아지른 듯한 벼랑은 아찔한 스릴도 느끼게 했다.
도착은 ‘대성산 이상무’라는 대형 표어가 붙어있는 사단사령부가 아니라 그 옆 천불산 전입병 대기소였다. 짐을 내리고 내무반(생활관)에 들어가자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피로가 몰려왔다. 새벽에 집을 나와 청량리와 춘천에서 동기들과 마지막 정을 나누고 임지인 15사단에 도착하니 오후 저녁이 다되었다.
인솔한 인사장교가 사단장 신고는 내일이고 오늘은 그 곳에서 쉬고 있으라며 사무실로 복귀했다. 장교 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인데 왠지 2%가 부족한 기분이었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사단본부에 근무하는 한 선배가 또다시 트럭을 인솔해서 찾아왔다.
15사단 번화가에서 선배들의 기습 환영식, 곰팡이 냄새 가득한 식당서 만취
후배 신임소위의 전입을 환영한다며 그날 저녁은 선배들이 준비했으니 트럭을 타라고 했다. 또다시 덜컹거리는 트럭에 시달리며 1시간 정도를 이동하니 삼거리(봉오리)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이 15사단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했다.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데 자그마하지만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당차 보이는 소위(박정수)가 지나가다가 다가왔다.
“야, 니들 육사 37기이지, 전입을 환영한다. 난 여기서 40분 떨어진 예상동에서 소대장하고 있는 학군 19기(임관 동기로 1개월 먼저 전입)다. 반갑다. 니들 중에 우리 대대로 한명 온다고 하는 데 그때 보자...”하며 사단 전입 후 첫 환영의 만남을 가졌다.
봉오리에서 제일 크다는 식당에 들어서니 맥주와 소주 등에 쪄른 곰팡이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잠시 후 대위 중위급 선배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생도 생활을 같이 했던 선배들이고 일부는 처음 보는 고참 선배들이었다.
불판에 삼겹살이 올라오고 젓가락을 들이대는 순간, 좌장인 선배가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우며 건배를 제의 했다.
사단장 전속부관의 표적돼 초주검, 다음날 쪼개지는 머리 안고 사단장 훈시들어
나는 당시 사단장 전속부관이었던 윤상돈 중위(육사35기)의 표적이 되었다. 안주를 먹기도 전에 3잔 가까이 마시니 바로 위에서 생긴 거부 반응으로 밖으로 뛰어나가 모두 토했다. 한 시간도 못되어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7명의 전입 동기들은 도착 초기 새롭게 야전 생활을 시작하는 초임 장교들을 소홀하게 대접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려는 찰나에 선배님들의 기습적인 환영식에서 초주검이 되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전투복을 입은 채 뻗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전에 사단장님 신고가 있어 분주해 졌다. 복장을 다시 추스르고 인사장교 통제로 신고연습을 하면서도 입에서는 술 냄새가 심하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상태였다.
사단장님 훈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숙취에 머리가 쪼개지는 아픔을 참으면서 인솔장교의 안내로 사단 참모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한마디씩의 군생활 첫발을 위한 조언을 들은 후 각자 배치된 연대로 헤어졌다.

사단 사령부 연병장에 모든 시선을 끌어 모으는 ‘대성산 이상무!’ 표어만 기억하면서, 내가 맡게 될 소대도 ‘ 소대 이상무!’이며 승리하는 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로 ...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 (현)시큐리티팩트 발행인
1.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1.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