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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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Fury, YFQ-44A). 출처=안두릴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난 수십 년간 방위산업의 문법은 명확했다. 더 크고, 더 단단하며, 더 비싼 무기를 만드는 쪽이 승리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방산 거인'들은 이러한 철갑의 질서 속에서 군림해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설립한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다. 그는 "무기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장의 우위는 철강의 두께가 아니라, 코드와 알고리즘의 속도에서 갈린다는 주장이다.


안두릴의 등장은 새로운 무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전장의 판단과 통제라는 핵심 권한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방산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숫자가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방산'의 성장 속도

안두릴의 성장세는 자본시장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이 회사는 2025년 6월 시리즈 G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약 305억 달러(약 44조 원)를 인정받았다. 이후 추가 투자와 계약 확대를 반영해, 2026년 초 시장에서는 300억 달러 중후반대(약 43조~55조 원)의 가치로 평가하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 공시라기보다는, 최근 투자 흐름과 계약 규모를 토대로 한 시장의 평가에 가깝다.


실적 성장 역시 가파르다. 안두릴은 2024년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통 방산기업들이 수년 단위의 개발·납품 사이클에 묶여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안두릴은 정부 예산으로 개발비를 보전받는 전통적인 '비용 가산(Cost-plus)' 방식 대신, 민간 자본을 투입해 제품을 먼저 완성하고 성능으로 계약을 따내는 '상업적 R&D' 전략을 택했다. 리스크는 기업이 부담하지만, 속도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이 방식은 펜타곤 내부에서도 "빠른 실전 적용이 가능한 대안"으로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로드러너-M(Roadrunner-M) 무인 요격기. 출처=안두릴.jpg
로드러너-M(Roadrunner-M) 무인 요격기. 출처=안두릴

 

전장의 '뇌'가 된 라티스, 손발이 된 자율 무기들

안두릴의 모든 체계는 라티스 OS(Lattice OS)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라티스는 전장 곳곳에 흩어진 센서와 무인체계의 정보를 한 화면으로 묶어내, 지휘관이 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가깝다. 

   

이 '뇌'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이는 하드웨어들은 기존 무기의 개념을 비틀어 놓는다.


로드러너-M(Roadrunner-M)은 대표적인 사례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 요격기로, 임무 수행 후 회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상황에 따라 요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기지로 복귀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가의 일회용 미사일 중심 방공 개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퓨리(Fury, YFQ-44A)는 미 공군이 추진 중인 협동전투기(CCA) 구상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무인 항공기다. 2025년 말 첫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인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정찰·교란·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는 무장 통합과 운용 개념 검증 단계에 있다.


알티우스(Altius) 계열 소형 무인기는 발사관에서 사출된 뒤 장시간 체공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필요 시 자폭 공격도 가능하다. 특히 다수 기체를 동시에 운용하는 군집 개념은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실전 성과에 대해서는 시험 운용과 제한적 사례가 혼재해 있으며,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팔머 럭키 안두릴 설립자(앞줄 가운데)가 2025년 8월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무인수상정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HD현대.jpg
팔머 럭키 안두릴 설립자(앞줄 가운데)가 2025년 8월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무인수상정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HD현대

 

팔머 럭키 "전쟁은 알고리즘의 경쟁이 된다"

팔머 럭키 안두릴 설립자는 오큘러스 VR을 창업해 페이스북에 매각한 뒤 방산업계로 뛰어든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공개 발언에서 전통 방산을 향해 "수십 년 뒤를 가정한 무기를 설계하는 동안, 전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가 강조하는 개념은 'Affordable Mass(감당 가능한 물량)'다. 극소수의 초고가 플랫폼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율 무기와 이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가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6년 초 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의 전쟁은 철강의 충돌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술적 선언이자, 기존 방산 질서에 대한 도전장이다.

K-방산에 던지는 질문, '철갑 이후'를 준비했나

안두릴의 부상은 한국 방산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K-9 자주포와 같은 세계적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안, 그 체계를 통합하고 자율적으로 운용할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은 충분한가라는 물음이다.


2026년 현재 한화,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기업들이 소프트웨어·AI 통합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를 연결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전장의 뇌'가 없다면, 미래 전장에서 효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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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우스(Altius) 계열 소형 무인기

 

전장 중심축, 소프트웨어로 이동 중

안두릴이 방산의 승자를 바꿔놓았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이 회사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이 정교한 단일 플랫폼을 만드는 동안, 안두릴은 복제와 확장이 가능한 '전투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판이 바뀌는 순간, 승자의 기준도 달라진다.


미래 전장은 강철 위에만 세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비트(Bit)와 코드 위에 동시에 구축된다. 앤두릴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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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방산기업⑱: 안두릴] 코드가 무기를 지휘… 전장 흔드는 ‘AI 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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